이창근 (사)KOVACA한국지역발전센터원장(서울대 교수)
이창근 (사)KOVACA한국지역발전센터원장·전 서울대 교수
하남은 현재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성장도시이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 측면에서는 산업구조, 성장동력, 인적자본, 자본스톡, 지역소득 등 제반 부문에서 여전히 취약하다. 설상가상으로 지역 내 갈등은 지역발전을 더더욱 저해하는 요인이다. 더 큰 문제는 작금의 하남 상황을 볼 때 이러한 지역 내 갈등을 정치인이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가령 미사강변도시의 초·중등학교 신설 문제를 돌아보자. 지난 8월 개최된 토론회에서 이현재 국회의원은 초등학교 2개교, 중학교 1개교 신설을 주장했다. 더욱이 이러한 큰 문제와 관련해 하남시 전체 시민의 동의 없이 약 23만 하남시민의 가장 중요한 체육 인프라인 국민체육센터 일대의 공간을 허물고 학교를 짓자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하남시민 특히 미사지구 전체 주민의 생활인프라인 근린공원 일대를 훼손해 학교를 세우자고 한다. 도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이러한 발상이 나올 수 있을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민체육센터는 생활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하남시에 지난 2007년 전체 하남시민들을 위해 건립된 것이다. 마치 가뭄의 단비와 같은 소중한 지역 자산이다. 현재에도 제반 생활인프라 가운데 특히 체육 관련 인프라의 경우 하남시는 인구 천 명당 체육시설수가 경기도 31개 시군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턱없이 부족하단 이야기다. 과연 하남시민 전체가 이용하는 생활인프라를 훼손해 가면서까지 하남시민 전체의 이해도 양해도 없이 미사지구 초·중등학교 신설을 강행한다면 하남시민 전체가 동의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미사지구 초·중등학교 신설 주장이 정확한 학령인구 자료 분석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있다. 경인일보 보도에 따르면 자체조사 결과, 미사지구 초등학교별 학령인구가 2015년생을 정점으로 모두 감소세로 돌아선다. 또한 미사지구의 고등학교 부지 한 곳은 아직도 공터로 남아 있다. 정말 미사지구 초·중등학교 신설 주장이 타당한 근거가 있을까? 물론 미사지구 초등학교 가운데 일부 학교는 증설을 통해 구도심의 초등학교들보다 전체 학급수는 많다. 그러나 학급당 학생수를 보면 현재는 구도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청아초등학교의 경우 일부 공동주택단지가 미입주 상태이나 현재 전체 학급수는 7학급, 학급당 학생수는 16.3명에 불과하다. 한홀초, 미사중앙초, 미사초 역시 현재 전체 학급수가 29학급, 31학급, 35학급을 유지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 신설보다는 중학교 1곳의 신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미사지구 전체 초등학교의 총학급수 대비 전체 중학교의 총학급수 비율이 구도심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구도심의 경우 이 비율이 41%, 풍산지구의 경우 43%지만, 미사지구는 27%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학교 2곳, 중학교 1곳 신설만 무작정 주장할 것이 아니라, 보다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당장에는 미사지구 각 학교별 학령인구의 정확한 조사를 토대로 총량적 관점에서 학급당 학생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상황에서 2015년생까지 예상되는 일부 초등학교의 1~3학급 증설 문제는 증설의 여력이 있는 학교를 통해 이를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지자체가 미사지구 내 전담 스쿨버스를 운행하여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학교설립 모델로 도입된 초중통합학교를 현재 공터로 남아 있는 고등학교 부지에 신설한다면 문제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책 수립에는 유연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정책 집행에 따른 풍선효과 유발을 지양해야 한다. 작금의 지역 위정자가 지역 내 시민 간 갈등을 조장하여 지역발전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했다. 현재의 하남에 꼭 필요한 문구다. 하남은 산업구조도 취약하고 제조업은 더더욱 입지할 수가 없다. 고교 비평준화란 현실에서 기존 고교의 우수고교로의 육성, 교육질의 지역격차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 나아가 지역 내 인적자본 육성에 누구보다 지방정부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것이 결국 시민과 함께 건설하는 명품도시 하남 건설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

/이창근 (사)KOVACA한국지역발전센터원장·전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