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삶 제공위해 '여가정책' 절실
道 '어르신 문화즐김'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맘껏 실력 발휘하는 행복한 모습에 '흐뭇'

멀리 갈 것도 없다. 필자의 어머니는 내 나이 5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40여년을 홀로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며 살아오신 시골 어머니이시다. 자식과 손자 손녀들 돌보며 행복하시다는 어머니를 보면서도 그런가 보다 했었다. 올해 노인복지과 업무를 맡으면서 이런 나의 편견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머니도 사람인데 왜 취미가 없으실까. 아니 분명히 하고 싶거나 좋아하는 일이 따로 있을 텐데 하는 궁금증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4 노인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세대의 82.4%는 휴식활동으로 TV시청을 꼽았다. 딱히 하고 싶은 일도, 가고 싶은 데도, 뭔가를 하기에는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건강이 허락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뭘 해야 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일만 했던 이들은 일 외에 다른 걸 배우지도 생각하지도 못한 채 평생을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2026년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요즘 들려오는 합계출산율 추이를 고려해보면 그 시기가 앞당겨질 듯하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대비가 필요하지만 노인들의 여가문화시간을 채울 수 있는 여가정책도 절실한 상황이다. 행복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경제적 여유와 건강이 필수적이지만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여가생활도 필요하다.
경기도에서도 노인들의 여가생활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어르신 문화즐김' 사업을 추진 중이다.
먼저 어르신 즐김터. 어르신 즐김터는 노인들이 문화나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체험함으로써 여가활동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 외에 문화, 교육 및 관련 민간단체의 유휴 공간을 활용하는데 현재 40곳에서 진행 중이다. 두 번째는 여가활동의 중요성을 느낀 노인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소외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찾아 공예, 미술, 음악, 연극 등을 지도한다. 현재 12곳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세 번째는 교육을 받은 노인들이 자신의 기량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으로 어르신동아리 경연대회 '9988톡톡쇼'와 '작품공모전'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9988톡톡쇼'는 춤, 기악, 노래, 세대통합 4개 분야로 나뉘어 경연을 하는데 올해 예선전이 지난 9월 부천과 수원에서 열렸다.
예선전을 보면서 어르신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기악 풍물 부문에 참가하신 시흥 어느 복지관의 한 노인은 1회 대회부터 매년 참가하는데 상보다는 무대에서 흥겹게 뛰며 놀 수 있는 기회가 더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셔서 오히려 내가 더 기뻤다. 손자와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연주하는 팀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해진다. 작품공모전도 마찬가지. '사랑家'를 주제로 열린 이번 공모전에는 노인들의 따뜻한 가족애를 표현한 문예, 미술, 문인화, 동영상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는 4일에는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이런 노인들의 열정이 담긴 공연과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대회에는 꼭 어머님을 모시고 가고 싶다. 그래서 하고 싶은 취미활동이 생기면 얼마나 다행일까. 또 하나의 행복을 발견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박노극 경기도 노인복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