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사유재산 아니다' 그의 선언 느껴져
아트센터, 과거로부터 배우고 새 10년 설계
추구해야 할 역할과 의문점 찾는데 의미 커
'그만의 실험' 빛 발하며 신뢰 얻기를 바란다

문형근(더불어민주당·안양3) 경기도의회 의원
문형근 경기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안양3)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제법 차가워졌다. 가을은 찬바람이 불면서 산과 들에 단풍이 내려와 형형색색의 자태를 뽐내며 나들이 나오는 이들에게 손짓하는 계절이다. 언제부터인가 가을은 단풍의 계절, 독서의 계절, 축제의 계절로 이름을 바꿔가며 여행을 재촉한다. 필자는 여행 가기 참 좋은 계절에 용인에 있는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의 혼이 담겨있는 백남준아트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남준 선생은 젊은 시절 독일로 건너가 유럽 철학과 현대 음악에 심취하여 '열공'하는 동안 플럭서스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토론하면서 기존 예술의 영역에서 탈피한 급진적인 예술활동을 펼친 대한민국 아티스트 가운데 손꼽히는 분이다. 유학시절 창조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60년대 초 TV 내부 회로를 변조하여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을 통해 세계적 반향을 일으키며 미디어아트 세계를 개척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비디오 신디사이저 개발과 위성을 이용한 생방송 제작 등 지구적 소통과 참여의 매체로서 TV를 탐구하였다. 그리고 백남준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유목민의 예술가'라는 작업으로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거머쥐기도 했으며 레이저 기술에서부터 환경까지 두루 아우르며 설치의 영역까지 비디오아트를 확장시킨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작곡가, 전위예술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가 지난 10월 중순 백남준아트센터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전 '#예술 #공유지 #백남준'이 열리고 있었는데 전시는 백남준의 선언 "예술은 사유재산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연결선상에 있음을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백남준의 작품 '데콜라주 바다의 플럭서스 섬'은 가상의 지도로 종이 위에 유럽형상과 비슷한 플럭서스 섬을 그리고 "적대적 종족이 섞인 공간", "원자폭탄과 그 희생자들의 무덤"등의 글을 적어놓았는데 이 작품이 이번 전시의 주제인 '공유지로서의 예술'의 출발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나무로 만든 거대한 코끼리 조각상과 우산을 쓴 부처, 붉은 수레 위에 놓인 여러 대의 고전적 텔레비전과 라디오, 나팔 모양 확성기 등으로 구성된 '코끼리 수레'라는 작품은 빠르게 변화하는 스피드 시대에 과거를 되돌아보고 지금의 통신수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외에 일본 공학자 슈야 아베와 함께 제작한 비디오 합성기기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굿모닝 미스터 오웰' 등을 통해 공유재로서의 미디어의 과거를 둘러볼 수 있다.

또한 지난 10년간 백남준아트센터의 전시, 교육 프로그램, 퍼포먼스 등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는데 정재철,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언메이크랩 X 데이터 유니온 콜렉티브, 옥인 콜렉티브, 안규철은 미래 10년간 백남준아트센터가 나아갈 정체성과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 중 정재철 작가는 '블루오션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크라켄-또 다른 부분'이라는 작업을 선보였는데 2018년의 제주도와 신안 앞바다의 쓰레기를 채취하고 기록한 것이라 한다. 공유지인 바다에서 수거한 쓰레기들을 통해 모든 인류의 공유지에서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 속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가 과거로부터 배우고 새로운 10년을 설계하는 시점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예술의 역할에 대해 의문점을 모색하고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사유화와 상품화로 신음하는 예술을 비디오아트를 통해 답을 구했던 백남준의 실험이 빛을 발하며 예술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는 자리로 거듭나길 소망해본다.

/문형근 경기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안양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