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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원삼면에 위치한 '생각을 담는집' 내부 모습.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기자·출판사 운영 경력 대표, 전원생활… "읽은 책 진열" 손님 취향 맞춘 추천
3·4층에 황토벽·소나무로 지은 객실… "마음 편안해지는 아름다운 풍경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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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대형서점을 들렀다, 책 한권 구입할까 싶어 둘러보지만 결국 책을 손에 쥐지 못할 때가 많다.

대형 공간을 가득 채운 다양한 장르의 책 무덤 속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돼서다.

 

특히 평소 책을 자주 접하지 않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 시간이 고역일 수 있다.

이럴 때 누군가 나에게 딱 맞는 책을 추천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절실하다. 임후남 대표가 운영하는 용인 원삼면 에 위치한 '생각을 담는 집'은 책을 쉽게 고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동네서점이다.

수목이 우거진 공간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이 공간은 나한테 맞는 책을 읽기 딱 좋은 산 속의 별장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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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서점 겸 카페 모습.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내부가 훤히 보이는 출입문을 따라 1층에 들어서면 오른쪽 책장에는 대표가 서점을 열기 전 소장하고 있었던 책들 1천여 권을 진열했고, 왼쪽에는 서점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구입한 책들이 놓여있다.

"대학 시절 문학을 전공하며 책과 가까웠죠. 이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책 관련된 기사를 쓰는 일이 많았어요. 회사를 퇴사하면서 '생각을 담는 집'이라는 작은 출판사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었어요. 

 

올해 남편이 퇴직을 했는데, 전원생활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항상 했었죠. 저는 일하던 사람이라 귀촌을 하더라도 무언가를 계속 하고 싶더라고요. 

 

고민하다 집안을 가득 채운 책들과 음반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문득 이걸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 서점을 열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문을 열었죠."

최근 작은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곳 대부분은 대형서점에서는 접하기 힘든 '독립서적'의 비중을 크게 두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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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담는 집' 임후남 대표.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그러나 이 공간에는 독립서적은 단 한 권도 없었다.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시, 소설, 인문교양, 에세이, 요리책 등이 주를 이뤘다.

"독립서적은 제가 잘 알고 있던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판매하지 않아요. 우리 책방은 제가 읽어 본 책만 진열해요. 

 

동네서점은 대형서점과 달리 서점주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책이 팔리지 않으면 모두 제가 가져야 하니까 '내가 읽고 싶은 걸 사자'고 생각하고 책을 들여놓기 시작했어요. 

 

공간에 진열된 책은 모두 제가 읽은 책이기 때문에, 책에 대해 모두 파악하고 있죠. 

 

그래서 진열대에서 책을 고르는 손님에게 책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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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은 북스테이 공간.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생각을 담은 집의 독특한 점은 3~4층을 북스테이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토벽돌과 소나무로 지은 방안에서, 창밖에 펼쳐진 수목이 우거진 배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어 추천하는 공간이다.

"혼자 오거나 가족끼리 오는 분들도 계세요. 글을 쓰러 오는 분도 있었고, 책을 읽고 쉬는 분도 있었죠.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이라 정말 좋아요. 특히 창밖으로 보이는 소나무숲은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정말 좋아요. 방문하는 손님들과 이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꼭 소개해드리고 있어요."

숲 속에 자리잡은 지 아직 반년도 되지 않았다.

임 대표는 교통편이 좋지 않아 차가 없으면 방문하기 힘든 공간임에도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줘서 늘 감사하다고 했다.

"사실, 이 동네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서점 문을 연 것은 아니에요. 좋은 공간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저는 이 공간이 언제와도 늘 편안하고 넉넉한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부담없이 방문해 책도 읽고, 좋은 음악도 듣고 갔으면 좋겠어요. 또 매달 1회 뮤지컬과 오페라 상영도 하고 있으니 더 많은 분들이 자유롭게 와서 관람했으면 합니다."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