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부장)
아시다시피 현대 도시생활의 없어서는 안 될 교통의 순기능의 반대편에는 교통사고, 혼잡, 공해 에너지 문제 등 다양한 역기능도 존재한다. 특히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습관의 작은 차이로 교통과 고통으로 가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가 주거와 상업 혼용지구로 이루어진 도로를 운행하는 경우 보행자나 자전거와 접촉빈도가 높은 만큼 교통사고 위험도 높아서 항상 속도를 낮추면서 자동차 전후방은 물론 주변을 자주 살피는 운전 습관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보행자 교통사망자 감소를 위해서 속도하향(50-30㎞/H)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도심 몇 곳에서 시속을 10㎞ 낮추어 운행해 보아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실험결과가 연일 보도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도심교통에서 많은 운전자들이 사람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가치보다 자동차 연비의 경제성에 무게를 두고있어 실천하는 이가 적다.

운전에 관계되는 정보의 90% 이상을 시각에 의존하여 주행정보를 입수하여 판단하고 조작하는 운전자가 속도를 높이면 운전자의 시야는 그만큼 좁아진다. 특히 야간운전 중에는 시각정보가 충분하지 못하여 상황판단 오류를 범할 확률이 높아 주간보다 낮은 속도로 주행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야간에는 보행자가 적다는 이유로 주간보다 빨리 달리는 경향마저 보인다. 실제로 우회전 시 일단 멈추고 운전자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고 나서 주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한번 쳐다보고 속도도 별로 안 줄이면서 우회전하다 보행자를 위협하거나 사망자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운전자 좌석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사람이나 자전거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운전자 본인이 한번 살펴서 사람이 없다고 확인한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큰 자동차일수록 사각지대도 넓은 만큼 속도를 줄이고 한두 번만 더 살피는 안전 운전습관은 한 번에 보아서 보이지 않았던 보행자나 자전거가 (상호간의 이동위치가 변화하면서)자동차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보일 수 있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기본자세이다.

1988년 국제교통안전학회지(이순철 공저)에 실린 내용을 일부 발췌 소개하면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운전자가 좌우를 몇 번 확인하고 회전하는지 한국(서울, 부산), 일본(도쿄, 오사카), 캐나다(토론토, 몬트리올) 3개국 6개 도시 운전자의 운전행동을 비교한 국제조사 결과, 캐나다의 경우 좌우회전 시 3.3회(몬트리올 3.4, 토론토 3.3), 일본의 경우 2.6회(도쿄A 3.0, 도쿄B 2.6, 오사카 2.5) 인 반면에 한국의 경우 1.5회(서울 1.6, 부산 1.4) 정도 좌나 우를 확인하는 정도로 매우 낮은 결과를 나타냈다. 그사이 세월이 흘러 교통환경도 많이 변화되었지만 우리나라 운전자는 여전히 1∼2번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운전습관을 버리지 못해 교통문화 후진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본다. 캐나다 운전자가 3∼4번, 일본도 2∼3번 살피는 조심성이 자동차의 사각지대에 숨겨져 있는 위험요인을 적극적으로 발견하려는 운전습관으로 이어져 교통사고 예방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운전정보를 입수하는 인간의 눈이나 귀는 기계와 달라서 집중하지 않으면 보아도 본 게 아니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기계로 녹음해도 알아내기 어려운 시끄러운 전차나 시장에서도 자식의 울음소리를 알아채는 어머니는 아이에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처럼 운전할 때 집중해야만 비로소 관련정보가 인지되고 뇌에서 처리되어 올바른 판단과 조작이 가능해진다. 운전경험이 적거나 잘 아는 지역이라 방심한 운전자일수록 보아야 할 곳을 한두 번도 제대로 보지 않고 정작 교통사고가 나면 재수나 운이 없다고 원망한다. 저녁이 일찍 찾아오는 겨울에 들어선 만큼 속도를 줄이고 두세 번 아니 가능하면 자주 자동차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안전운전의 기본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