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우리의 삶과 정서,
역사가 녹아있는 전통시장을
찾아주길 소망한다


양경석(평택1) 의원 사진
양경석 경기도의회 의원(민주당·평택1)
사람들의 왕래가 뜸해진 시장을 북적이게 해달라며 찾아온 사람들에게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사람도 길을 따라 흐르는 법이오"라고 한 선비가 이야기한다. 지난해 추석 명절 성황리에 상영된 영화 '명당' 속 장면 중 하나다.

이처럼 예로부터 전통시장은 마을 어귀나 공터, 골목 등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길목에 들어서곤 했다. 필자의 고향인 평택 전통시장의 기록은 조선시대 임원경제지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와 마찬가지다.

평택의 옛 송탄지역에는 송탄(송북)시장, 국제중앙시장, 서정시장 등 세 개의 전통시장이 있다. 먼저 평택 송탄역에서 1번 출구로 방향을 잡으면 송탄시장이 보이고, 5번 출구로 나가면 국제중앙시장을 만날 수 있는 등 송탄시장과 국제중앙시장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한다.

예전 장사꾼들이 해가 떠오를 때는 송북에서 장사하고,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했기에 마치 하나의 시장이 아침장과 저녁장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생각이 아직까지 필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한국전쟁 이후 사라졌던 송탄의 시장들이 생태계가 복원되듯 돌아오면서부터다. 더군다나 미군이 주둔하게 되면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송탄시장과 미군을 대상으로 한 국제중앙시장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형성했다.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춰 전통시장들 역시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변모하기 시작했다.

우선 송북시장은 최근 통복시장과의 혼선을 피하기 위해 송탄시장으로 개명하고,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널찍한 공영주차장과 카트를 마련했다.

송탄시장은 평택시민들의 부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콩을 불리지 않고 껍질을 벗겨 만들어 부드럽고 단맛이 더 나는 '두부집', 유명 식객 백종원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송탄붕어빵', 설탕으로 포인트를 준 꽈배기, 가지런히 놓여진 쪽파, 무, 배추, 반찬팩 들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배도 부르고 카트가 가득이다. 특히 수많은 노점들이 시장 주변으로 좌판을 펴는 5일장이 들어서는 날이면 평일의 5배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오일장과 상설시장이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송탄시장 인근 이태원 분위기의 국제중앙시장은 미군부대 앞에 자리한 저녁시장으로 불린다. 미군들이 주로 다니다 보니 시장분위기도 다른 전통시장과는 사뭇 다르고 특이한 물건을 파는 곳이 많다. 먹거리 장터는 외국인들이 자국의 음식을 직접 제공하기도 한다. 1982년부터 시장을 지켜온 '미스리 햄버거'는 지금은 주인장이 미시즈(Mrs)에서 할머니가 되어 국제중앙시장을 지켜온 산 증인이 됐고, 햄버거 특유의 맛은 톡톡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평택 전통시장 중 서정리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서정리역을 중심으로 자연스레 생성된 시장으로, 상설시장과 5일장이 마찰 없이 공존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후에 평택고덕국제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라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장 보는 재미에 푹 빠질 것으로 기대된다.

평택 전통시장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물건을 거래하는 경제적 기능을 넘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전통과 문화를 교류하는 '화합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출신지와 말씨가 달라도, 심지어 피부색과 언어가 달라도 사람들이 모여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평택의 전통시장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우리의 삶과 정서, 역사가 녹아있는 전통시장을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 특히 전통과 화합의 재미가 솔솔 부는 평택 전통시장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더불어 훈훈함, 인심, 덤, 삶의 생생한 활력 등 장 보는 재미도 즐기고 상인들에게도 넉넉한 설이 되기를 소망한다.

/양경석 경기도의회 의원(민주당·평택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