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 이진수 박사
이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박사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두 달째를 맞고 있지만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경찰청 사고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만9천517건이었고, 사업용 차량의 음주사고건수는 1천183건(6%)이었으며, 사업용 차량의 음주운전 사망자 비율도 42명(10%)으로 나타났다.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시내버스나 전세버스 운전자의 음주운전의 위험성도 심각한 상황인 만큼 사업용 운전자의 운행 전 음주운전 관리가 시급하다.

버스 운전자의 과거 음주운전 사건을 살펴보면, 지난해 2월 서울 마을버스 A(55)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179%의 만취상태로 약 12㎞를 운행하다가 주차 차량을 들이받고 승객의 신고로 적발돼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7월에는 제주 시내버스 기사 B(54)가는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약 24㎞ 이상 운행하다 술 냄새를 맡은 승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렇듯 버스기사의 음주운전이 적발되고 있지만,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버스전용차로를 막고 음주단속을 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경영이 부실한 버스회사일수록 운행 전 기사의 음주측정 결과에 따라 배차계획을 수정해서 예비 기사를 급하게 투입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선뜻 실행하기가 어려운 면도 있다. 일부 몰지각한 버스기사는 음주단속이 시행되더라도 단속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숙취가 있더라도 배차에서 제외되지 않을 것이란 그릇된 판단마저 한다. 결국 위험은 승객이 떠안게 되어 '버스포비아(공포증)'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통과학연구원 발표자료(글로벌 신기술 동향분석 뉴스레터, 2016.11)를 보면 선진국에서는 차량에 음주측정기를 설치하여 음주 시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음주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2011년 유럽의회는 EU에 신규 사업용 여객 및 화물차량과 1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운전자의 모든 차량에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이행계획을 마련토록 요청하였다. 프랑스는 2015년 9월부터 모든 버스에 대해 음주시동잠금장치 장착을 의무화하였고 미국 메릴랜드주는 2016년 10월부터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이면 음주 적발 횟수와 관계없이 시동잠금장치를 의무 장착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음주시동잠금장치 제도도입이 18대와 19대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나 폐기되었고,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이 계류 중이다. 다행히 올해 2월 15일부터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일부 개정되어 운송사업자에 대한 음주운전확인의무 및 처벌규정이 신설되었다. 개정안의 취지는 운수종사자를 관리하는 운송사업자가 운수종사자를 관리하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지만 정작 운수종사자와 개인사업자, 그리고 화물차 운전자는 대상에서 제외되어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은 걱정이다.

사업용 차량의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운수종사자와 화물차 운전자도 운행 전 음주측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의 보완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둘째 운수업체는 철저한 배차 및 운행관리는 물론 기사의 음주측정을 녹화·보관하는 등 관련 장비를 적극 활용해야 하며 지자체 및 유관기관에서도 지속적인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 셋째 교통수단안전점검이나 대중교통시책평가, 대중교통운영자에 대한 경영 및 서비스평가 등 법정사업을 시행하는 기관에서는 운수업체의 음주측정기 보유율 지표를 신설하고, 음주운전 사고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유관기관은 운행 전 음주측정 문화를 조기에 정착해 사업용 음주운전 사고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진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안전관리처·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