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계양고 교사
전재학 인천 계양고 교사
줏대 없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사람을 우리는 '철새'라고 호칭한다. 작금의 우리나라를 보자.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권을 기웃거리며 변절을 밥 먹듯이 한다. 지식인의 상징 대학교수가 정치인으로, 시민단체 봉사자가 정치판으로, 정치인은 이 당, 저 당으로 자신의 호적을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 이들의 반복된 추한 행태는 과연 그들이 얼음과 같은 마음, 빙심(氷心)을 가지고 사는 위인들인가, 반문해 본다.

얼음의 속성을 살펴본다. 속이 깨끗하고, 단단하고, 훤히 다 비친다. 결백하고 허물없는 마음먹기가 얼음에 담겨 있다. 당나라 시인 왕창령의 시에서 자주 암송되는 구절이 있다. '낙양친우여상문(陽親友如相問) 일편빙심재옥호(一片氷心在玉壺).' 이는 '낙양의 친구들이 내 소식을 묻거든 전해주게 / 한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병에 들어 있다고'라고 풀이된다. 얼음이나, 옥으로 만든 병이나 투명하기는 똑같다. 따라서 한 점 부끄러움과 숨김이 없는 떳떳함이 이 구절의 핵심이다. 일찍이 정조가 고봉 기대승의 학덕을 기리며 '빙심설월(氷心雪月)'로 비유한 기록이 전해진다. 요컨대 '빙심'은 지조 높은 선비의 아이콘이다. 요즈음의 진정한 지식인의 표상인 것이다. 이 시대 지식인, 정치인, 지도자라 칭하는 사람들이 과연 이러한 부끄러움을 알고 살아가는지 냉철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들이 과연 세상의 의심을 사게 되는 일을 만났을 때, 이말 저말로 말을 바꾸어 가며 거짓으로 넘기는 경우는 없는지, 일제 강점기, 수많은 변절자처럼 갖은 구실과 핑계로 모면하는 행위는 빙심을 저버린 불순하고 부끄러운 일이요, 파렴치한 일이다.

배워서 남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서 자신의 속을 수없이 뒤집어엎는 그런 행위를 경계하고 멀리할 일이다. 지식인은 절개를 지키는 대명사로 살아서 그 이름을 남기는 것이 진정한 학덕의 실천이요, 인격의 완성이라 믿는다. 빙심을 어찌 함부로 가벼이 할 것인가.

/전재학 인천 계양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