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연신·대동굿 보유 무형문화재
평소 '풍어제 잘 보존하라' 당부
국가무형문화재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보유자인 만신(萬神) 김금화(사진) 선생이 지난 23일 오전 5시 57분께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1931년 8월 18일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난 김금화 선생은 무병(巫病·신내림병)을 앓다가 17세에 외할머니로부터 내림굿을 받아 무당이 됐다.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피란해 인천과 서울, 경기도 등지에서 활동했다.
1972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 참가해 '해주장군굿놀이'로 개인 연기상을 받아 민속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맞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친선공연에서 '철무리굿'을 선보여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김금화 선생은 날카로운 작두에 맨발로 올라 춤을 추면서 풍어를 기원하는 '서해안 배연신굿과 대동굿' 보유자로 1985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연평도 '조기 파시' 전설의 주인공인 임경업 장군을 신으로 모시며 인천 연안부두와 소래포구 등지에서 매년 풍어제를 열어왔다. 풍어제를 주관하는 무당을 '큰 만신'이라고 해 김금화 선생을 흔히 만신이라고도 부른다.
김금화 선생은 2000년 사단법인 서해안풍어제보존회 이사장으로 취임했고, 2005년에는 강화도에 무속인 양성 기관 '금화당'을 열었다.
지난해까지 제사를 주관했던 김금화 선생은 올해부터는 기력이 쇠해 풍어제에 직접 나서지 않았다. 지난 22일 낮 자택에서 갑자기 호흡 곤란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새벽 세상을 떠났다.
유족으로는 아들 조황훈씨와 무형문화재 이수자인 김혜경씨 등 조카들이 있다. 고인의 빈소는 인천 동구 청기와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25일 오전 부평 승화원에서 시신을 화장한 뒤 강화 금화당 뒷산에 수목장으로 안치할 예정이다.
김혜경 이수자는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특별한 유언을 남기지는 않으셨으나 평소 풍어제를 잘 보존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며 "강화 금화당에 선생을 기리는 비석을 세울 계획"이라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