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개장 기념 상품 1600명 예약
부산 2000명·속초 2200명에 못미쳐
기항지 中日 한정… 프로그램 부족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왜 승객 모집이 어려울까. 오는 4월 인천항 크루즈 전용 터미널에서 출항하는 크루즈가 승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항은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있지만, 속초·부산 등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에 비해 승객 모집이 어렵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항지가 중국과 일본 등으로 한정돼 있고, 인천을 중심으로 한 관광 프로그램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4월 인천항 크루즈 전용 터미널 개장을 기념해 운항하는 크루즈 승객 모집이 비슷한 시기에 속초·부산 등에서 출항하는 크루즈에 비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항 크루즈 전용 터미널 개장 기념 크루즈 상품을 판매하는 롯데관광개발(주)에 따르면 4월26일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11만4천t급 '코스타 세레나'호는 승객 정원 3천700여 명 중 1천600여 명(2월20일 기준)이 모집됐다. 이는 5월 1일과 6일 각각 부산과 속초에서 출항하는 크루즈보다 모객 실적이 나쁜 것이다.

5월1일 부산을 모항으로 운영하는 크루즈는 2천여 명, 같은 달 6일 속초에서 떠나는 크루즈는 2천200여 명의 승객이 예약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승객 편의를 위해 목표 모객 인원을 2천800~3천명으로 잡고 있다"며 "예약 마감일(4월19일)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2~3개월 전 상품이 판매되는 크루즈 관광의 특성을 고려하면 모객이 어려운 건 맞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크루즈 기항지가 속초와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와 비교해 인기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크루즈는 중국 상하이와 일본 후쿠오카를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반면, 부산과 속초에서 출발하는 크루즈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 홋카이도 등을 기항한다.

부산이나 속초는 중국, 일본, 러시아를 경유하는 크루즈 운영이 가능하지만, 인천은 항해 시간 등의 문제로 중국, 일본 이외의 국가를 기항하기 어렵다.

2017년 2월 인천항에서 출발 예정이던 크루즈는 승객 정원 3천700여 명 가운데 1천900여 명만 모집돼 출항이 취소된 바 있다.

인천연구원 강동준 연구위원은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가 성공하려면 국내외 여행객을 위한 관광 프로그램이 많아야 한다"며 "기항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크루즈가 인천항을 자주 찾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상품 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까지 포함하면 크루즈 출항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크루즈 전용 터미널이 문을 열고 처음 출발하는 크루즈인 만큼 출입국 절차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들어 (크루즈 승객들이) 인천항을 다시 방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