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재 전 양동농협 조합장
이복재 전 양동농협 조합장
오늘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일이다. 지난 2월 27일 후보자등록 신청을 마감한 결과 경기지역에서는 총 489명의 후보가, 인천지역에서는 65명의 후보가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양평 관내에서는 7개 지역농협, 축협과 산림조합 각 1개 등 모두 9개 협동조합 조합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 모두 25명의 후보자가 등록해 평균 3.1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경쟁률 2.6대 1보다 높은 것으로 현 조합장만 등록해 무투표당선이 확정된 산림조합을 제외하고 8개 조합에서 선거가 실시된다.

조합장은 조합의 최고경영책임자로서 농업, 농촌과 조합원의 내일을 책임질 일꾼인 동시에 그 조합의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을 만들고 실천하여 조합과 지역을 발전시킬 막중한 책임을 지닌 사람이다. 또한 조합장은 지역사회 여론 선도층이며 지도층이다. 적임자를 제대로 뽑느냐 여부가 그 조합의 운명을 좌우하고 지역발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조합장은 본래 무보수명예직이었다. 조합이 점차 규모화되고 사회적 위상 또한 높아지며 보수 또한 늘어남에 따라 조합장을 하고자 하는 조합원들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이래서인지 조합장선거가 후보자매수, 금품·향응제공, 비방·흑색선전 등 과열·혼탁선거라는 불명예를 갖게 되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발표에 의하면 아직도 조합원을 호별로 방문하여 현금을 쥐어주거나 경로당을 방문해 술과 과일을 제공하는 행위, 조합원을 불러 모아 지지부탁과 함께 식사를 제공하는 행위, 심지어 다량의 상품권을 구입하여 조합원들에게 나눠주는 행위 등 부끄러운 돈 선거가 아직도 나타난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위탁 관리하고 선거 탈법·불법행위자와 관련자에 대한 엄격한 법적제재와 제도개선 등 여러 가지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중심 키(key)를 쥐고 공명선거를 이룰 당사자는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이다. 조합장은 조합을 대표하고 경영하며 조합원의 권익증진을 위해 일하는 일꾼이지 높은 보수나 챙기는 월급쟁이가 아니며 결코 정치인이나 얼굴마담도 아니다. 조합장은 탁월한 경륜과 지식을 갖추고 멸사봉공(滅私奉公)하는 봉사정신이 투철하고 인품이 훌륭한 인재여야 한다. 따라서 풍부한 학식과 경험을 토대로 농어업, 농어촌, 지역과 조합원의 현실을 직시하고, 뛰어난 능력과 도덕성, 자질을 고루 갖추고 조합의 발전과 조합원을 위해 한눈팔지 않고 윤리경영을 열심히 실천할 일꾼을 가려 뽑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조합원에게 있다.

학연과 지연, 혈연 등 연고를 따져 투표하는 구태는 버려야 한다. 현직조합장의 경우에는 재임 기간 중 조합의 경영성적과 봉사정신을 세밀히 분석, 업적과 경영능력을 철저히 검증하여야 한다. 상대방을 비방하거나 흑색선전을 일삼으며 불법 또는 탈법적으로 선거비용을 쓰는 후보자를 눈감아 주거나 선출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후보자의 공약사항도 조합과 지역의 현실에 맞고 실천 가능한 정책공약인지,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사탕발림 공약은 아닌지 꼼꼼히 훑어보고 따져본 다음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기기기익(己飢己溺)의 덕목을 실천할 인물을 가려 선택하는 일이다. 기기기익이란 다른 사람이 굶주리는 것을 내가 굶주리는 것과 같이하고, 다른 사람이 물에 빠진 것은 내가 물에 빠진 것과 같이한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는 것으로 조합장이나 공직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자기의 이익과 조합·조합원·지역의 이익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할 때 자신의 이익을 과감히 버릴만한 후보, 조합원이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극진히 섬기고, 조합원과 지역의 어려움과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여기며,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헌신할 후보자가 누구인지 철저히 가려 뽑자는 것이다.

'1인은 만인을 위하여, 만인은 1인을 위하여' 협동조합 정신을 나타내는 말이다. 만인을 위하여 봉사하고 헌신할 조합장(1인)으로 '기기기익'의 덕목을 갖춘 후보자가 누군지 가려서 선택하자.

/이복재 전 양동농협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