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아릴 수 없는 유해들 '타국 방치'
망향의 집 안치된 일부도 관심부족
'유골 수습·추모 공간 조성' 필요성
"남북 뜻모아 DMZ에 평화공원을"

여기 우리가 불러보지 못한 이름이 있다.
백태현, 권화식, 임종완, 장인식, 서경조, 김갑수…. 1938년부터 1945년 사이, 일제의 강제 징용령으로 끌려가 먼 타국에서 숨을 거둔 조선인들의 이름이다.
불과 8년 사이 국외로 징용된 조선인은 15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이들 중 얼마가 돌아왔는지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은 태평양전쟁 병참기지가 된 아시아 곳곳의 비행장·군수창고·광산에서 쓸쓸히 죽어갔다.
그렇게 숨진 이들의 유골이 지금도 필리핀과 중국, 베트남과 일본 등지에 방치돼 있다. 이제 이들을 다시 불러올 때가 됐다.
유골을 봉환하고, 망자의 이름을 크게 부르는 초혼(招魂) 후에야 역사의 피해자인 조선인들도 맘 편히 눈을 감을 것이다. → 편집자 주
10일 찾은 천안 망향의 동산. 해외 동포들이 묻힌 묘역을 지나 10분 정도 언덕을 올라가니 봉안당인 '망향의 집'이 보였다. 몇 송이 국화가 쓸쓸히 망자를 추모하고 있을 뿐, 찾는 이 없는 망향의 집은 스산한 기운만 감돌았다.
봉안당의 몇몇 유골함 앞에는 족히 수십 년 전에 찍었을 빛 바랜 사진이 놓여 있었다. 군모를 쓰거나 제복을 입은 사진 속 주인공들은 대일 항쟁기 일제의 강제 동원령에 의해 징용된 조선인들이다.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해방 전 일본 본토에서 숨진 이들의 유골 177위는 지난 2009~2012년 사이 수습돼 이곳 망향의 집에 안치됐다.
우여곡절 끝에 유골이나마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나 이들은 아직 안식을 찾지 못했다. 강제 동원에 대한 일본의 사죄가 미흡할 뿐 아니라 후손들 역시 이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다.

지난해 아태평화국제대회 참석차 경기도를 찾은 북한 리종혁 조선아태위원회 부위원장은 "일제 패망 후 7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과거 범죄에 대한 사과와 보상은커녕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조선인 강제 납치 및 연행의 진상을 규명하고, 유가족 및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그리고 유가족의 요구에 따라 유해를 모두 찾아 그들의 고향에 안장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아태위원회와 함께 국제회의를 주최한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부수 회장은 "남북이 뜻을 모아 파주 등 경기도 접경지역 DMZ에 평화공원을 조성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골을 안치해야 한다. 조선인 피해자들에게 안식을 찾아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