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7천조… 흑연 등 부존량 세계10위권
우리기업에 특별대우 해준다는 보장없어
이전 틀 벗어나지 않으면 실패 확률 높아

그래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북간 결렬된 '하노이 핵 담판'을 살리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남북한 경제협력의 강행이다. 대북제재 해제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경협을 명분으로 '신(新) 한반도체제' 구상을 꺼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정부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내놓은 대안들은 여러 가지 있다. 철저한 준비 없이 실현 가능성도 검증되지 않은 대안은 대안으로만 남고 만다. 비핵화 협상만 봐도 준비 부족이 아쉽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 결렬을 보면 우리 정부의 역할이 없다. 어떤 일이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플랜B'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북한의 핵 폐기는 다시 우리 정부의 역할에 달렸다.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신뢰구축을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나서야 한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개선되더라도 북한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은 결국 남한이다. 남북 간 경제협력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럴 때일수록 남북경협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남북경협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가 사실 북한 광물자원이다. 북한 광물자원은 많게는 7천조원에서 적게는 3천조원대까지 가치평가의 폭도 넓다. 북한 광물자원의 부존량 자체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200여 종 광물을 보유하고 경제적 가치가 있는 광물만 4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인하대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의 텅스텐, 몰리브덴, 망간 등 합금용 광물인 희소금속과 마그네사이트, 흑연, 희토류, 철, 아연 등의 부존량은 세계 10위권으로 추정된다.
주요광물을 90% 넘게 해외에 의존하는 세계 6위 광물 소비국인 남한으로선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희소금속으로 전기차, 스마트폰 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거나 향후 통일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주목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그 가치를 섣불리 평가하기를 주저한다. 현재로선 숫자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북한의 광물 생산량에 별로 변화가 없고 북한 당국이 공식적인 확인도 안 해주고 통계도 없다. 뿐만 아니라 국제기준을 적용하면 매장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계산도 있다. 남한 기업에 이용가치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은 게 큰 문제이다. 북한의 광물자원 매장량과 가치를 평가하려면 남북 공동조사가 요구된다. 국내 여러 기관에서 내놓은 잠재가치는 큰 의미가 없다. 모두 조사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방에 나서더라도 남한 기업에 특별히 대우를 해준다는 보장도 없다. 광물자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가진 사람 위주로 하는 장사이다. 북한이 중국,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를 불러들여 가격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 남한 기업들로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북한이 남한을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우리부터 준다는 보장이 없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 자원개발 투자에 외국기업은 모두 40개 정도이고 이 중 중국기업이 35개 나머지는 일본, 프랑스, 스위스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정보가 많고 관심도 많아 같이 경쟁해야 한다. 앞으로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 달리 우리에겐 자본만 대라 노동과 기술은 우리 걸로 하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 따라서 이전 경협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실패 확률이 높다. 정부는 남북경협을 위해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경협이 단순히 북한 시장만 볼 것이 아니라 동북아를 연결하는 사업을 통해 시장을 키워 남북한 서로 도움이 되도록 경협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 (에너지자원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