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당사국과 국제적 대표기구 참여
비핵화·제재해제 '맞교환' 연대보증 형식
'다자간 거버넌스 체제' 구성 새접근 필요

이제 한국은 하노이 회담의 합의 결렬에 대한 시시비비를 논하기보다는 중재자로서 향후 북미 간 대화를 어떻게 재개해 비핵화를 완성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심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하노이 회담에서의 양국 정상 대화를 분석해보면, 향후 성공적인 비핵화를 위한 두 가지의 유용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비핵화를 위한 차기 북미회담의 주제는 일괄타결(빅딜)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을 제안한 이상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접근은 이제 물 건너갔다. 하노이 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강조한 단어는 '크게 가자(go bigger)'와 '한 번에 해결하자(all in)'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논조는 북미대화를 단절시키는 조치라고 평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의 국내 정치적 입지와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있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절박하고 절실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는 것이 북미 대화를 추동하기 위한 건설적인 평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식 접근방법은 하노이 회담의 사전 실무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회담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당혹스럽게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트럼프 리스크)이지만, 어쩌면 북한이 줄곧 주장해온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이라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이 북미 간의 대화를 중재하기 위해 북한을 설득할 때에는 빅딜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둘째, 성공적인 차기 북미회담을 위해서는 북미가 안심하고 일괄 타결할 수 있는 '신뢰의 장'을 사전에 조성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공식적으론 상호 '신뢰부재'를 제시했다. 북미 간에 신뢰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것을 내놓으면서 빅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바꿔 생각하면 신뢰만 구축되면 북한은 미국의 빅딜 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이 논리는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지금까지의 일관된 언행과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 그리고 피폐된 인민경제의 현실을 고려할 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하는 경우 더욱 신빙성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북한은 빅딜의 당사자로서 미국의 진정성과 중재자로서 한국의 역량을 믿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마음 놓고 미국과 빅딜할 수 있는 확실한 좌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다. 북미 간 빅딜을 위한 국제적인 협상 플랫폼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의 비핵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국가들과 국제적인 대표기구가 참여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6자회담의 당사국인 남북미와 중국 러시아 일본과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참여하는 다자간 거버넌스 체제가 구성돼야 한다. 이곳에서 북미가 사전에 상호 협의해 마련한 비핵화와 제재해제의 패키지를 맞교환하도록 하고, 참여 국가들이 양국의 약속이행을 연대 보증하는 형식을 취하면 된다. 이러한 의사결정체제는 북미 간의 상호 불신을 해소하고 약속이행을 담보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소의 범위를 확대하고 그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미 간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추동력을 강구함과 동시에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조치를 확증하기 위한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동시에 경주해야 할 것이다.
/김정완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DMZ연구원장·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