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지점 넘으면 영업성과 감소 '역U자형'
매출액 순이익·영업수지 각각 326%·404%
정부제시 200% 수준 '훨씬 상회'하는 수치
투자위축 저성장·高 실업률 우리경제 현실

김대원 부동산학 박사·인천도시공사 경영관리처 차장
김대원 부동산학 박사·인천도시공사 경영관리처 차장
1997년 초유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한국경제는 한가지 큰 교훈을 얻었다. 과도한 부채는 기업을 부도로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평균 부채비율 500% 이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한국 기업들은 외환위기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렸다. 이 같은 과정을 목격한 한국사회는 부채차입경영을 악행이자 부도덕한 것으로 인식했다. 이에 정부는 기업의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을 200% 이하로 하향 제시했다. 실제로 1997년 396%였던 국내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은 2017년 77%를 기록하면서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적어도 부채비율만 놓고 본다면 한국 기업들은 안전해 보인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기업 경영에서 부채비율은 낮을수록 좋은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시대를 앞서 고민한 이들이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모딜리아니와 밀러(1958)는 M.M이론을 통해 부채비율과 기업가치 간 관계에 별다른 상관성이 없으나, 법인세까지 고려한다면 부채의 증가로 인해 기업가치가 상승하게 됨을 제시했다. 같은 맥락에서 크라우스와 리첸버거(1972)는 부채증가가 기업이익과 상충되기 때문에 적정 수준까지의 부채비율 증가는 기업의 가치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상충이론(trade-off theory)을 발표했다. 이 이론이 맞는다면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부채비율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확인하고자 필자는 몇 해 전 적정 부채비율에 대한 연구를 착수한 바 있다. 대상은 서울주택도시공사를 비롯한 15개 광역시·도 도시개발공사였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수행하는 지방도시개발공사들은 보상비 등의 지출을 위해 사업 초기에 많은 자금을 타인자본으로 조달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이 하향 조정되는 추세 속에서 지방 도시개발공사들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위축된다는 데 있다. 정부가 초창기 400%였던 부채비율 가이드라인을 2018년 250%까지 줄이면서 매년 단계적으로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는 전국 15개 지방 도시개발공사들의 10년간의 영업성과 및 부채비율 관련 자료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부채비율이 일정 구간까지 상승하는 동안 영업성과도 동반 상승하지만, 부채비율이 특정 지점을 벗어나면 영업성과는 감소하는 전형적인 역 U자형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연구에서 부채비율과 영업성과 간의 관계를 우하향하는 반비례 관계로 규정한 것과는 관점 상 차이가 존재하는 결과다.

둘째, 추정된 모형을 통해 영업성과를 최대로 하는 지점의 부채비율을 산출한 결과, 매출액 순이익률 및 영업수지 비율을 극대화하는 부채비율은 각각 326%와 404%로 확인됐다. 이는 정부에서 제시하는 부채비율 200%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며, 분석결과로만 해석할 때 최적 성과는 부채비율이 300% 이상일 때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찌 보면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과로 보인다. 타인자본 조달을 늘려 더 큰 규모로 투자하는 사업일수록 수익이 높아질 가능성 또한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부채비율과 영업성과 간 관계가 역 U자형 패턴을 나타낸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한 부채비율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01년 8월 23일. 대한민국은 IMF 관리 체제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그로부터 약 18년이 지난 현재, 우리 사회는 여전히 IMF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투자위축으로 인한 저성장, 그로 인한 높은 실업률. 안정성이라는 미명 아래 부채의 긍정적 측면을 부정한 채 스스로의 잠재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우리 경제 현실이 아니겠는가. 성장의 동력을 잃어가는 작금의 경제 현실 속에서 이제 우리는 건강하고 진취적인 기업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도 적정 부채비율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김대원 부동산학 박사·인천도시공사 경영관리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