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흐름 알아야 물고기 많이 잡고
소비자에게 신선·저렴하게 공급
행정규제·민원도 시기 놓치지 말고
제때 처리해야 '효과 극대화' 가능

각론하고 그 자체 의미만을 한 번 살펴보자. 물때는 사전적 의미로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때이다. 어부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선 반드시 알아야 하는데, 현대에 이르러서는 낚시, 서퍼 등 해양레저 활동하는 사람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쓰임이 있다. 조석(潮汐)은 매일 2회씩 6시간 12분 간격으로 밀물과 썰물이 나고(간조) 들고(만조) 하는데 만조(滿潮)에서 다음 만조, 간조(干潮)에서 다음 간조까지는 12시간 25분의 시간이 걸리며 하루에 두 번씩 반복되기 때문에 24시간 50분이 소요돼 물때는 매일 약 50분씩 늦어진다. 물때는 보름 간격으로 편의상 정형화시키면 1물에서 15물(무시)까지 변하며, 만월(滿月)과 그믐 때에는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놓여 일월의 힘이 동시에 작용해 기조력(起潮力)이 겹쳐 물이 많이 나고 들어 '사리'(15일, 30일)라고 하며, 보통 사리 2~3일 후에 최고조에 이른다. 반면에 '조금'은 반달이 뜨는 시기로 8일(상현달)과 23일(하현달)로 태양과 지구, 달이 직각 방향이 되어 서로의 기조력이 상쇄되어 바닷물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고 든다. '무시'는 조금 다음날로 바닷물의 나고 드는 현상이 거의 없다.
이렇듯 물때는 매우 정확하고 과학적이다. 물때를 알려면 음력을 알아야 한다. 물때는 음력 날짜에 6을 더해서 15가 넘으면 15를 빼고 30이 넘으면 30을 빼면 된다. 만약 오늘이 음력 14일이면 14+6=20이 되는데 여기서 15를 빼주면 5물인 것이다. 세계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제일 큰 곳은 캐나다의 펀디만(Fundy Bay)으로 조고가 16.3m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인천으로 조고가 8.2m, 남해안은 약 3m, 동해안은 10cm 내외로 아주 작다.
바다 생물의 산란도 달과 물때의 주기와 관련이 깊다. 산호·굴·정어리·성게 등은 보름달에 산란을 하고 우럭·돔·광어·전복 등은 5월경 밤에 알을 낳는다. 대부분의 어패류 산란이 사리 물때인 보름날 밤에 이루어지는 것은 조류가 세서 성숙된 어미에게 자극이 이루어지고, 부화된 어린 새끼들 또한 조류 타고 멀리 퍼지게 하며, 다른 생물들에게 잡혀먹히지 않기 위해서이다. 전복 종묘생산에 있어서도 원하는 날에 알을 받기 위해서는 성숙된 어미를 물속에서 꺼내 2~3시간 공기 중에 노출시켰다가 다시 물속에 넣으면 알을 낳은데 이것은 자기가 살던 환경을 일시적으로 불리하게 해 줌으로써 종족보존의 본능적인 습성을 이용하고 있다. 조금 물때는 조수간만의 차가 작고 물의 흐름이 적어 물이 맑고 물고기가 없다. 반면 사리 물때에는 조수간만(潮水干滿)의 차가 크고 물의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부유물과 유기물이 발생해 물고기들의 먹이활동이 활발해져 많은 물고기를 낚을 수 있다.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사리 때에는 굴, 바지락, 낙지 등 주로 갯벌에서 채취하는 해산물과 주꾸미, 꽃게 등이 많이 잡히고 조류의 흐름을 이용한 안강망어업에서 잡히는 조기, 병어 같은 생선도 풍부하다. 따라서 어패류의 가격이 저렴한 시기는 음력 보름과 30일 '사리'쯤이며, 신선도는 그물보다는 낚시로 잡은 것이 좋고, 사리 때 잡힌 새우젓은 물 흐름이 빨라 뭉개져 상품가치가 떨어진다. 요즈음은 연근해나 수입산 어패류도 많아 물때에 따른 영향이 적다.
행정이나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화라고 본다. 섬 지방에서는 조금 물때에 태어난 아기는 어장 일에 소질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 물때를 알아야 물고기를 많이 잡고, 소비자는 신선한 물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사 먹듯이, 행정규제나 민원처리도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제때에 처리해야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물때를 보는 눈은 타이밍의 예술을 보는 것이다.
/김남근 경기도해양항만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