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주제
올해 관리기본법 본격적인 시행
6월 관리위 발족… 담대한 변화 준비
江과 살아가는 사회 후손 물려주자


나정균 한강유역환경청장
나정균 한강유역환경청장
오늘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유엔에서 정한 올해 물의 날 주제는 '물,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Leaving no one behind)'이다. 가난, 인종, 성별, 종교, 지역 등 모든 조건을 뛰어넘어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고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는 염원을 담고 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우리 몸의 대부분은 물로 구성되어 있고, 인간의 문명도 물로부터 시작되었다. 세계 4대 문명 모두 큰 강의 유역에 자리 잡아 풍부한 물을 바탕으로 농업과 교통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그뿐인가. 우리는 물에서 안식을 얻기도 한다. 삶의 무게에 어깨가 처진 날, 강가를 찾아 한결같이 흐르는 강물을 보며 삶의 의지를 되새겨 본 경험 역시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은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하고 친숙하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미세먼지, 폐기물 등 너무나 많은 환경 이슈에 둘러싸여 물의 소중함을 놓치곤 한다. 물은 우리의 일상에 늘 함께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에 대한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올해는 물관리기본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해다. 물관리기본법 제4조는 누구든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이용할 수 있고,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건강하고 쾌적한 물 환경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번 물의 날 주제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물은 본디 우리에게 그래야만 하는 존재인 것이다.

사회 변화의 시작에는 항상 언어가 있었다. 우리 사회는 지난해 통합물관리라는 새로운 언어를 가지게 됐다. 수량, 수질, 재해예방의 통일적 관리와 지속가능한 물 관리체계가 마련된 새로운 사회로 도약한 우리는, 이제 물에 대한 더 담대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6월에는 물관리위원회가 발족한다. 물 관리 분야의 전문가와 사회적 신망이 높은 유역주민이 포함되는 등 새로운 거버넌스 구성을 위한 참여의 문을 연다. 중앙 중심의 획일화된 정책수립에서 탈피하여 지역 실정에 맞는 물관리계획을 세우기 위한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로운 협의체 구성에는 항상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숙의의 과정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갈등과 조정이 미래의 우리를 지치게 만들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가장 중요한 건 그 유역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다. 상향식 참여의 틀을 적극 활용해 물 문제에서 지역주민 그 누구도 소외받지 않도록, 주민의 삶과 직접 연결되는 유역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물은 사람의 삶과 함께 흘러야 한다. 사람과 유리되어 홀로 흐르는 강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사람 또한 생태계의 일원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린 때로 환경보호라는 명분이 앞서 사람의 삶이 배제된 자연을 만들려 드는 우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이 강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자. 그러기 위해 우리는 통합물관리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통합물관리의 틀 안에 하천관리까지 포함하여 주민들이 진정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물관리 정책이 시행될 때, 어느새 더 넉넉하고 맑아진 한강이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나정균 한강유역환경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