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인사권 여전히 중앙 통제
의결권 간섭 자치권 침해 우려
소비세율 인상·교부세는 감소
취지 못살린 일괄이양법 처리 걱정
30년 우여곡절 법 개정 아쉬움만


송한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경기도의회 의장
송한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경기도의회 의장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30년 만에 법이 개정되는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개헌과 순서가 바뀌면서 세부 내용의 아쉬움도 있다. 현장의 우선순위 요구는 대부분 담겼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 829명 광역의원, 2천927명 기초의원과 모든 지방정부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제헌헌법에 명시돼 지방자치법 제정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5·16군사쿠데타로 지방의회가 강제 해산되고, 지방정부의 권한이 축소되는 등 역사적 시련이 많았다. 1987년 6·29민주화항쟁 이후 마침내 대통령직선제로 헌법 개정이 이루어졌고, 1991년 지방자치도 부활했다.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 일컫는 지방자치는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제도다. 하지만 30년 묵은 지방자치법이 늘 걸림돌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분권형 국가를 약속하며 지방의 숨통이 트였다. 지방의 목소리를 담아 자치분권종합계획을 세우고 이를 토대로 해묵은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하기에 이르렀다.

법 개정 내용에서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첫째, 조직권 없는 인사권은 허울뿐인 분권이다. 지방의회의 숙원이었던 인사권 독립이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조직권이 없다. 시·도의회 사무처 직원에 대한 임용권을 의장에게 부여하고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허용하지만, 정작 사무처의 조직 구성에 관한 권한과 정책지원 전문인력의 정원, 임용 방법 등은 여전히 중앙에서 통제받는다.

둘째, 지방의 문제는 지방에 맡겨야 한다. 그러나 법 개정 내용에는 지방의회 의결에 대해 장관의 재의 요구, 제소 지시, 직접 제소, 집행정지 결정 신청 등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는 자치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셋째, 지방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자치분권은 존립하기 어렵다. 정부의 재정 분권 추진 방안에 따르면 지방소비세율은 2018년 11%, 2019년 15%, 2020년 21%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방소비세율만 인상하고 지방세 확충에 따른 지방교부세의 감소분 보전을 위한 계획이 없다. 교부세 감소는 지역 간 재정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끝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일괄이양법이 걱정이다. 해당 상임위에서 소극적이어서 입법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채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지방일괄이양법안에 포함된 571개 지방이양 대상 사무들은 지난 20년간 대통령 소속 정부위원회에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조속한 원안 통과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앙과 지방,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수평적 관계 재편 속에서 이런 아쉬움도 채워지리라 기대한다. 우리나라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남의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가 되려면 자치와 분권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양성, 자율성, 창의성을 바탕으로 '내'가 주인이 되어 결정하고 그러한 정책이 마을에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행복! 그런 행복을 만끽할 때 내 삶에 진짜 힘이 된다. 행복을 여는 '지방분권'의 열쇠를 이제 국회가 쥔 셈이다. 국민의 국회로서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역할을 기대한다.

/송한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경기도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