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미
김준미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생
"늑대가 나타났다!" 지난해 겨울 남양주시 호평동, 아이들이 외치기 시작했다. 성큼성큼 도로를 건너는 길쭉한 다리와 검은 털의 큼직한 '개'였다. 발견 당시 생후 7개월이었던 어린 개는 멧돼지 사냥견인 어미견과 함께 SUV 승합차 트렁크 안 케이지에 구겨 넣어져 갇혀 살았다. 편안히 누울 수조차 없는 작은 공간에서 견디던 중 잠시 주어진 배변 시간을 틈타 주인에게서 도망친 것이다. 하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어미가 있는 주차장을 자주 찾는 모습이 발견되며 안타까운 시선을 받았다. 개가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왔다는 사연이 알려지자 약 20명의 동네 주민이 모여 개를 구조하기로 하였다. 6개월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전문가의 손에 구조된 개는 입양자의 품에 안겨 호평동의 선한 딸이라는 뜻의 '호선'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호선이는 떠도는 기간 중에 임신을 했고, 전염성 강한 홍역 진단까지 받았다. 대형견 치료시설을 갖춘 병원을 찾기 힘들었으나 한 동물병원의 빠른 대응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치료 중 새끼들은 모두 사산했지만 호선이는 강한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다. 입양자는 1천만원의 비용이 넘는 큰 치료를 앞두고도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구조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도 뜻을 함께하여 SNS를 통해 자선물품을 판매하는 등 치료비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천만이 넘는 반려동물이 인간과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낮은 동물 의식 수준으로, 인간중심의 일방적 관계로 인해 고통받는 동물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다양한 동물보호 교육을 통해 인간에게 동물은 소유물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대상이라는 인식 개선이 필요한 때이다.

한명의 개인이 어려움에 처한 모든 동물을 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이 연대하여 한 생명의 구조를 위해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동물보호의 시작이 되었다. 생명과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지역 주민들의 덕목이 오랫동안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김준미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