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인천 유흥가 밀집지역 상가
지자체·경찰 차원 점검흔적 없어
개인재산 영역… 신고 때만 확인
"민·관·경 협력체계 강화 필요"
화장실 등에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는 '몰카'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불특정다수가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이 주요 범행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인천·경기지역 지자체와 경찰은 공공시설이나 지하철역 화장실을 중심으로 예방·점검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불법촬영에 취약한 민간건물 화장실은 '몰카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3월 28일 오후 8시께 찾은 인천의 대표적인 유흥가 구월동 로데오거리의 한 대형상가 1층 여자화장실. 휴지걸이대 밑에 성인 여성 손톱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위치였는데, 누군가 휴지로 구멍을 막아놓았다. 이 화장실 칸막이를 연결하는 문고리 사이에서도 인위적으로 뚫은 작은 구멍을 발견했다.
이날 둘러본 로데오거리 대형상가건물 4곳 가운데 3곳의 여자화장실에서 이 같은 '몰카' 촬영에 이용될 법한 구멍 여러 개를 찾을 수 있었다.
수원 인계동의 유흥가에 있는 상가건물 여자화장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건물 10곳을 점검했는데, 지자체나 경찰 차원에서 점검한 흔적은 없었다.
반면 수원역 등 대부분 공공시설 화장실에는 '몰카 촬영 금지' 등을 경고하는 공공기관의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여성들은 불법 촬영 우려로 유흥가 상가건물 개방형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두렵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몰카를 찾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얼굴을 가리고 이용한다"는 여성도 있다.
인천에 사는 이모(28·여)씨는 "상가 화장실을 갈 때마다 항상 찝찝한 느낌이고, 구멍이나 나사 같은 것만 봐도 웬만하면 안 들어가려 한다"며 "단속 좀 철저하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인천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불법 촬영 범죄(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358건이다. 최근 감소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연간 300건 이상씩 발생한다.
경기도내 불법 촬영 범죄도 2017년 1천292건에 달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불법촬영 예방사업비 3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가운데 1억5천만원을 투입해 10개 군·구에 카메라 탐지장비를 구매해줬고, 나머지 1억5천만원으로 화장실 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했다.
각 기초자치단체는 비정기적으로 해당 업무 담당자가 공공기관 청사, 학교, 지하철역, 공원 등 공공시설 화장실을 주로 점검하고 있다.
올해 불법촬영 예방 관련 인천시 예산은 '0원'이라 민간건물 화장실까지 점검을 확대할 여력이 없다.
경찰도 평소 학교, 공원, 지하철역 등을 중심으로 불법 카메라 탐지활동을 하고 있지만, 개인 소유 건물은 112 신고 등을 접수할 때만 점검하는 실정이다.
인천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상가건물은 개인 재산 영역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나서서 점검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며 "경찰뿐 아니라 민·관·경이 협력체계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호·권민지·박현주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