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실장급 고위직도 눈치 보고
모든걸 결정하는 '비서실 파워'
'공정가치'란 바른길 가고 있는지
도민 삶 나아지게 하는지 살펴야

본래 행정복지센터가 시청보다, 도청보다 시청이 가깝다.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그렇다. 정책의 효과가 멀게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새로운 집행부가 꾸려진 지 1년이 되지 않았다. 정책이 입안되고 일상으로 파고드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벌써 정책효과 운운하는 건 좀 가혹한 얘기다. 그럼에도 "잘하고 있다, 기다려 보시라"는 말로 갈무리하기엔 뭔가 좀 찝찝하다. 근본으로 돌아가 보자. 도민들이 도지사에게 표를 던진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도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해달라는 것이다. 헌법정신에 입각해 보면 지사가 거머쥔 권리이자 의무는 바로 이 명령에 응답하는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경기도 정가에 여러 얘기가 돌았다. '성남시 300인 양병설'도 그중 하나다. 도지사의 성남시 측근 300명쯤이 자리를 받자고 줄 서 있다는 농담이다. 웃어넘길 얘기만은 아니다. 경기도청 홈페이지상 조직도에는 민선 6기나 5기에는 없던 비서실이 새로 생겼다. 대부분 성남시장 시절부터 손발을 맞춘 인물들이다. 산하기관장이 임명되면 열에 여덟은 성남시와 관계가 있다. 교수를 했어도 성남의 대학이고 하다못해 주소지가 성남시다. 경기도 공무원들 사이에 성남시 출신들이 점령군 노릇한다는 얘기는 공공연하다. 실장급 고위직도 비서실 눈치를 본다는 얘기도 있다. 비서실이 모든 걸 다 결정한다고 푸념하는 실무 공무원도 있었다. 신뢰 있는 인물들과 함께 하겠다는 걸 탓할 이유는 없다. 정도를 넘는 게 문제다. 측근들의 자리 마련을 위해 기관을 새로 만들고 측근인 기관장 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형식을 만들어 이미 자리 잡은 사업들을 조정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비서실만 통하면 안 되는 게 없다는 이야기가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에도 '새로운 경기-공정한 세상' 슬로건이 담긴 액자가 걸렸다. 어느 직원은 코웃음 쳤다. 새로운 건 알겠는데 공정한 건 잘 모르겠단다. 집권 초기부터 감사 정국을 만들어 공무원과 기관들 기를 죽이더니 단순 업무 조정이라던 기관 효율화 용역에 측근을 챙기기 위해 입김이 작용한다는 얘기가 있던 차였다. 도지사의 역점사업이 홍보되는 박람회는 독재 정권 때의 인원 동원을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도 들렸다. 도지사가 외치는 민주주의적 가치는 적어도 우리 업무공간에선 지지받지 못하는 것 같다.
정치는 분배의 기술이다. 공정은 분배의 기준이고 정책은 그 도구다. 적절한 타협은 승자 독식을 가로막지만 모든 것의 정치화는 정책을 비정상적으로 만든다. 지난해 7월 억강부약을 내세운 도지사의 일성에는 우리가 기대할 만한 공정의 가치가 있었다. 도민의 삶을 나아지게 한다는 과제는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뚜벅뚜벅 가야 할 길이다. 방향이 바르다면 지금 높지 않은 정책 체감도는 걱정할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저 낮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고민해야 할 문제는 다른 것이다. 지금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의 그 길을 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도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 있을까? 다시 한 번 구호가 아닌 본질을 살펴야 할 때다. 도민의 더 나은 삶이라는 먼 길을 향하는 방향을 살펴야 할 때다.
/이기영 경기도공공기관 노동조합총연맹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