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7개시·군, 인천 2개군·강원 6개시·군
'60년 희생'… 수정법등에 '중첩규제' 대상
국회 남북경협 관련법등 '계류중' 안타까워
3개시·도 '균형발전 공동연구委' 발족 다행


박진영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변인·접경지균형발전공동연구회 총괄운영위원장
박진영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委 대변인·접경지균형발전공동硏 총괄운영위원장
정쟁이 한창이던 지난 4월 26일, 국회 한편에서는 보합대화(保合大和)의 장이 열렸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접경지역 15개 기초자치단체, 경기·인천·강원의 시·도 연구원이 함께 하는 '접경지 균형발전 공동연구위원회' 발대식이 그것이다.

분단이후 김포를 비롯한 경기 7개 시·군, 인천 2개 군, 강원 6개 시·군의 주민들은 그동안 국가안보의 대의로 인해 발전의 기회를 희생당해왔다. 지난 60여 년간 GDP가 3만 배나 오르는 동안에도, 분단의 역사는 이들에게 잃어버린 시간만을 남겼다. 특히 경기와 인천의 접경지역의 경우,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에 의해 중첩적인 규제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들 주민들에게 남북 화해 국면은 동토에 비추는 봄볕과 같다.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 대화 이후 한반도 주변국 사이의 소통과 두 번의 북미대화까지, 국제정치의 복잡한 변수 속에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첫 단추가 꿰어졌다. 모처럼 동북아에 불기 시작한 훈풍 속에서, 정부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내보였다. 평화의 시대, 미래 한반도의 모습을 그려보는 전략적 구상을 마냥 성급하다고 할 수는 없다. 바야흐로 한반도 균형발전 전략을 세워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노력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자성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국회에는 남북 교류협력 및 남북협력기금과 관련한 여러 건의 법률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그중에는 접경지역에 남북통일경제특구를 지정하고, 남북경협 및 개성공단 재가동을 촉구하는 법안도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는 저 뒤로 밀려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구현된다면, 일순간에 진행될지 모를 경제협력의 복안들임에도, 정쟁에 묶여 한 걸음 내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 차원에서의 남북 협력은 독일의 예에서 보듯 상당히 실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독일의 수평적 지방재정조정제도는 2차대전 이후 재정능력이 풍부한 지방과 취약한 지방 간의 연대를 강화하는 긍정적 요소로 자리 잡았고, 통일 이후에도 이러한 효과는 증폭되어갔다. 부유한 서독 지방과 형편이 어려운 동독의 주가 연대 협약을 통해 경제력 격차를 해소하는 방식이다. 이에 더해 독일 연방정부는 동서독의 균형발전을 위해 구 동독지역에 입주하는 기업에게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 결과 통일경제의 강점이 부각되면서 독일의 경제규모는 세계 4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경기는 통일경제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지리적 강점을 갖추고 있다. 개성공단, 판문점으로 가는 길목에서 향후 통일한국 시대의 요충지가 될 것이 자명하다. '한반도 신경제지도'가 그리는 '서해안 산업·물류·교통벨트'와 국토의 허리에 해당하는 'DMZ 환경·관광벨트'의 교차점이 바로 김포를 비롯한 경기도내 접경지역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이점을 살려 통일과 지역균형개발을 추구할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다. 수도권으로 묶였기 때문에 당하는 접경지의 역차별에 감정적인 볼멘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당장 평화시대가 도래하면 실현가능한 발전방안을 모색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경기·인천·강원 3개 시도가 지난 4월 8일 공동으로 연구비를 출연하고 세부적인 실행계획 연구에 착수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1년이 지났다. 분단의 역사 속, 드디어 우리는 무력도발과 전쟁을 뒤로하고 돌이킬 수 없는 평화의 문을 열어젖혔다. DMZ에 발 묶인 접경지 15개 시·군에 서광이 깃들고 있다.

기회의 신 카이로스는 앞머리는 길고, 뒷머리는 없다고 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는 말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 국가균형발전 정책 기조 아래 경기를 남북협력 선도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접경지를 넘은 기회의 땅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박진영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委 대변인·접경지균형발전공동硏 총괄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