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면 난민
새삶을 찾아 고향 땅을 떠나온 예멘 난민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14일 오후 수원시 매교동에 마련된 한 임시거처에서 이주 서류관련 통화를 하는 예멘 난민 윌리드(37)를 압둘라(24)가 지켜보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350명 재정지원 바탕 내일 문열어
손 맛 좋은 압둘라씨가 주방 담당
평택 맛집 주인 선뜻 요리 알려줘
"성공해 한국 뿌리내리기 힘 되길"


경기도에 온 예멘 난민 중 일부가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수원역 인근에 케밥집(3월 22일자 5면 보도)을 연다.

이 작은 사업장은 십시일반 모인 성금과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음식 비법을 손수 전수해 준 평택의 유명 케밥 맛집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난민 케밥집, 성공할까


=16일 예멘 난민이 요리하는 케밥집이 수원(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2가 40-1 동인트루빌 107호)에 문을 연다.

난민 케밥집 운영을 맡은 것은 지난해 예멘 난민사태부터 지원활동을 펼쳐온 한국디아코니아다. 이 단체 소속인 홍주민 목사는 "예멘 난민을 도와주시겠다는 분 350명 정도가 펀딩한 자금을 바탕으로 가게를 열게 됐다"고 전했다.

요리사 경력을 갖춘 예멘 난민 압둘라(24)가 주방을 맡았다. 홍 목사는 "난민들 사이에서 압둘라의 요리 실력이 정평이 났다. 예멘이 중동이다보니 케밥을 메뉴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케밥집을 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당의 요리는 압둘라가 맡고 홀서빙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한국인이 담당한다.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80만원이 나가는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선 최소 매출이 월 500만원은 나와야 하는 구조다.

홍 목사는 "한 달 매출을 500만원 정도 올리려면 다달이 1천개 정도의 케밥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1호 케밥집이 성공을 거둬 2호점·3호점을 냈으면 좋겠다. 가게 수입을 바탕으로 예멘 난민이 한국에 뿌리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소원"이라고 전했다.

■ 평택의 케밥 맛집, 수원으로 오다

=압둘라에게 케밥을 전수해 준 이는 평택 캠프험프리스 앞에서 '이스탄불 케밥'을 운영하는 김순미(39·여)씨다. 김씨는 케밥집을 열기 위해 시장조사를 다니는 압둘라를 보고는 3일간 숙식을 제공하며 요리를 가르쳤다.

김씨는 "케밥집을 운영해 난민을 정착시키겠다는 좋은 취지였기 때문에 힘 닿는데까지 도와주고 싶었다. 압둘라는 성실하고 자신감이 있는 친구"라면서 "내일이라도 내전이 끝나면 고국인 예멘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친구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다 보니 다양한 인종의 손님을 만난 것도 예멘 난민을 '제자'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다. 김씨도 터키인 남편을 둔 다문화 가족이다.

그는 "난민에 대해 평소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장사를 하면서 외국인 손님을 많이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면서 "난민을 이용해 자기 목적을 추구하는 의도를 가진 사람도 봤지만, 전부가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개신교 신자인 김씨지만 이슬람이 국교인 예멘을 비하하거나 차별하지 않았다. 김씨는 "(난민은)우리나라에 자기들 발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섬겨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우리 집 대표 메뉴인 '도네르 케밥'을 전수했다. 양고기나 치킨을 돌려가며 익힌 음식인데, 기대해도 좋다"며 "압둘라가 식당을 운영하다 보면 처음에 당연히 정신이 없을 것이다. 시민들께서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신지영·배재흥·박보근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