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
초기 인명대피 중요 소방시설 불구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괜찮아"
또다시 이솝우화 어리석음 되풀이
조기 점검·보완, 적극적 협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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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안성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사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읽어본 동화책 중 하나를 뽑는다면 당연히 이솝우화일 것이다. 이솝우화는 의인화된 동물들을 빗대어 인간생활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며 교훈을 담아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는 우화다. 그중 하나인 양치기 소년을 이야기해본다. 양을 치는 소년이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라고 거짓말을 하고 소란을 일으키자 그 동네의 어른들은 소년의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가져오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소년이 수차례 반복해서 거짓말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어른들은 그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고,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아 마을의 모든 양이 늑대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만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아마도 '반복된 거짓말로 인해 결국 진실을 말해도 타인이 믿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솝우화처럼 화재가 발생하면 건물 내 관계인에게 대피방송을 하는 설비가 있다. 소방시설 중 비상방송설비가 바로 그것이다. 비상방송설비란 화재가 발생하여 감지기의 작동으로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수신기로부터 비상방송설비의 앰프가 신호를 받아 자동으로 건물 내에 설치된 확성기로 화재 발생을 알려주는 시설이다. 연면적 3천500㎡ 이상의 건물과 지하층을 제외한 층수가 11층 이상의 건물, 지하층의 층수가 3개 층 이상의 건물에 설치돼야 한다.

비상방송설비가 화재로 인해 한 개 층의 확성기 또는 배선이 단락 또는 단선이 돼도 다른 층의 화재통보에 지장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하지만 비상방송설비 대부분이 기존 일반방송설비와 겸용으로 소방관련법령에 의한 검인증 대상 제품이 아니다. 비상방송설비의 배선이 화재로 인하여 단락 및 합선될 경우 비상방송기능이 저하되거나 차단돼 대피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주된 원인은 배선 단락 및 합선 시 발생되는 과전류로 인하여 앰프 손상방지를 위해 설치된 보호차단기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이에 소방청에서는 올해 말까지 점검과 성능개선 기간을 정하고 각 층 배선용 차단기 설치, 단락신호 검출장치설치, 층별 회로마다 다채널 앰프 1대1 설치, 라인체커 설치 등 4가지 중 선택해 성능개선을 추진 중이다.

또한 소방시설의 자체점검 등을 통해 적합 여부를 소방관서에 제출하고 부적합 대상은 관할 소방서 행정조치에 따라 성능개선 및 보완조치를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향후 표본점검 등을 통한 개선사항 및 자체점검 적법 여부를 철저히 확인할 예정이다. 화재 발생을 알려주는 비상방송설비는 이렇듯 유사시 소중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 실제 화재에서 방송설비가 작동하지 않아 화재발생 상황을 못듣고 대피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인명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개개인의 안전 불감증일 것이다. 앞서 설명한 것들이 사실은 귀찮을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다. 실제로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비상방송설비 설치에 소홀할 수 있다.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지금은 바쁘니 조만간에 해야겠다"고 미루거나 "아직까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경계해야 한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데다가, 피해 규모도 어느 정도까지 발생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또다시 이솝우화 속 양치기 소년이 저지른 어리석음과 함께 할 뿐이다. 비상방송설비는 화재 발생 시 초기 인명대피 안내방송을 위한 아주 중요한 소방시설이다. 조기에 점검·보완될 수 있도록 관계인의 적극적 협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드린다.

/박형준 안성소방서 재난예방과 소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