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만기사·명당 위치 진위향교
삼봉기념관 이어지는 문화유산들
손잡고 가족 여행하기 안성맞춤
5월 가기 전 서로간 사랑 느껴보길

내려오는 길, 무봉산 자락에 자리한 만기사에 들러본다. 만기사는 고려 태조 25년인 942년 남대사(南大師)가 창건한 절이다. 세조가 인근을 지나다가 이 절에 들러 물을 마셨는데, 물맛이 상당히 좋아 샘 이름을 감로천(甘露泉)이라고 명명한 것을 설화는 전해준다. 임금이 마신 물이라고 해서 그런지 마을 사람들은 이 우물을 어정(御井)이라고 불러왔다. 현재의 절은 19세기 후반에 인근에서 옮겨온 것이다. 만기사는 고려 태조 이후 조선 세조 때 왕명으로 중수하였으나 1972년 주지인 혜송(慧松)이 대웅전과 삼성각·요사채를 세웠다. 1979년 실화로 요사채가 전소하자 원경스님이 이듬해 더욱 크게 확장하여 새로운 사찰로 지어져 장엄하게 오늘에 이른다. 만기사 대웅전 안에 있는 철조여래좌상은 1972년 7월 22일 보물 제567호로 지정되었다. 전형적인 고려 시대 철불좌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철조여래좌상의 오른팔과 양손은 본디 따로 주조되어 경내 별도 장소에 보관되어있으며 지금의 팔과 손은 새로 만들어 맞춘 것이다. 상투 모양의 육계가 명확한 나발의 머리칼, 부드러우면서 온화한 얼굴, 오른손을 풀어서 무릎 위에 올려놓고 두 번째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의 수인은 모든 악을 굴복시키는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세상 만물에서 깨달음을 구해주시며 베푸는 자비와 평안의 기쁨을 전해주시는 부처님의 미소. 명상 사이사이를 채워주는 처마 끝 풍경 소리를 뒤로하고 인근 봉남리에 자리한 진위향교로 걸음을 옮긴다.
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40호로 지정된 진위향교는 조선 초기의 향교다.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을 교화하기 위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배산임수의 명당에 자리한 진위향교는 가파른 자연석 계단 우측에 명륜당이, 그 좌·우측에 각각 동재·서재가 자리한다. 대성전은 중국과 우리나라 유학자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 맞배집이다. 대성전은 그리 큰 건물은 아니지만 18세기 건축기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공자(孔子)·맹자(孟子)를 비롯한 선현의 위패를 봉안하여 매년 2월, 8월에 석전의식을 행하고 있다. 진위향교 정면방향으로 4km 거리에는 삼봉기념관이 있다. 삼봉기념관의 유물 중 최고는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된 '삼봉집목판'이다. 이 목판은 조선왕조의 건국이념을 '경제문감', '조선경국전', '불씨잡변' 등을 통해 정치, 경제, 철학 사상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자 새김이 세밀하여 인쇄의 역사문화에 소중한 자료로 그 가치가 더욱 높다.
내 고장 진위면은 문화유산이 많아 가족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근로자의 날, 부처님 오신 날이 함께 있는 푸르름 가득한 5월, 가정의 달이다. 5월이 가기 전에 사랑하는 가족과 서로 손잡아 주며 무봉산 산책도 해보고 부처님의 미소도 느껴보며,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의 사상도 알아가면서 서로 간 사랑을 느껴보면 어떨까 한다.
/양경석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평택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