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처리 압박하듯 힘 과시하는 '갑질' 여전
法 범위내 권력 '시민이 잠시 맡긴것' 알아야
일부 의원들 '아직도 민심 못 읽는지' 답답

그런데 경인일보 1면 보도를 보니, 시의원들이 사뭇 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협치와 소통의 큰 축인 시의원들의 갑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신문이 보도된 날 있었던 일련의 행사들을 떠올리니 공무원들만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 오히려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지원해주어야 할 의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공무원들을 호출하거나 지역구 민원인들 앞에서 질책을 하고 마치 시에 대한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양 거들먹거리는 반드시 고쳐야 할 행태이지만 여전하다. 공무원들이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업무보고나 행정사무감사 때 따지면 될 일이다. 그리고 특별위원회라는 것도 있으니 쟁점 되는 현안은 그 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풀면 된다.
이래저래 공무원들은 민원에 시달리고 일부 본연의 위치를 모르는 의원들에게 시달리는 현실이다 보니 그 사기가 떨어져 있는 것은 뻔한 것이다. 그리 중요하지도 않을 수년치의 물품구매 내역서, 업무추진비 지출자료 등을 뽑아내기 위해 소비되는 공무원들의 시간과 비용의 낭비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의 몫이라는 것을 어찌 모르고 있는가.
일을 하는 만큼 자료가 많아지고 그럴수록 의원들의 자료 요구나 감사를 받는 현실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공무원이 신바람 나게 일을 하려 할 것인가. 역설적으로 일을 안하면 책임이 없고 감사받을 일도 없지 않겠는가. 신문에 난 그대로 일부 의원들의 지나친 행태는 일을 하지 말라고 공무원들에게 가르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인천이 여러 가지로 중앙의 홀대를 받고 환경문제 등 현안 또한 수없이 많은 도시인데 이럴수록 의회와 시가 한마음이 되어 난관을 헤쳐나가도 힘에 벅찰 텐데 말이다.
공무원들은 본연의 업무 외에 주간, 월간, 분기, 반기, 연간 업무보고서 준비에 각종 실적관리, 자체감사, 외부감사에 시달린다. 시민의 복리를 위한 시책보다 일한 뒤치다꺼리에 시간과 정력을 소비한다면 누가 창의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각종 업무보고가 의회에 제공되고 행정사무감사도 있다. 그리고 집행부에 자료를 요구하려면 의장의 명의로 된 문서로 하도록 되어있다. 의회는 물론 집행부를 견제하는 기능이 있지만 특정한 위원이 요구하는 자료가 집행부를 견제하려는 것인지 개인적인 감정이나 특정한 민원처리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 공개되어있는 자료가 있음에도 길들이기 위한 것인지를 공무원들이 모를 리 없다. 마치 주인이 아랫사람을 부르듯 아무 때나 부르고 특히 민원인을 만나는 자리에서 과장들을 불러 민원처리를 압박하는 듯 비치는 것은 자신의 힘이 이 정도라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 될지 몰라도 공직자들의 생각은 그 정 반대가 될 수도 있다. 공무원들의 복심이 예전에는 그저 복심으로 그쳤지만 이제 당당히 말한다. 업무에 자신감도 있지만 젊은 공무원들의 용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서 공무원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을 탓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지방에서 지방의원의 힘은 막강하나 법에 위임된 범위 내에서의 힘일 뿐이다. 그리고 권력 또한 잠시 시민이 맡긴 거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임기 동안 존경받는 의원으로서 정말 집행부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지적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강구하는 그런 자질과 선진화된 의원들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시 내부망에서 회자되는 자질 없는 몇몇 의원들에게 원로로서 한마디 하겠다. 의원님들 왜 이러시는가. 아직도 민심을 그렇게 읽지 못하시는가.
/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 이사장·前 인천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