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자산이란 공동체 공감대 형성 중요
공유재산 비극 예방위해 규제·협력등 활용
자본력 풍부한 기업들 랜드마크 이미지 경쟁
인천경제구역, 차별화 통해 아이덴티티 표출


이재혁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도시디자인단장
이재혁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도시디자인단장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공간을 소비하고 있다. 우리가 거주하는 주택이라는 공간을 우리는 상품으로 구매한다. 많은 사람이 비싼 커피도 마다하지 않고 커피숍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그 공간을 소비하기를 즐긴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의 원가에 재료비와 함께 공간과 브랜드에 대한 가격이 책정돼있는 것이다.

경관은 어떠한가. 단적인 예로 아파트 매매 시 좋은 조망을 가진 아파트는 훨씬 비싸다. 요즘에는 조망권을 두고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것이 예사다. 하지만 경관은 물리적 경계를 특정할 수 없는 도시적 자산이기 때문에 특정한 개인이 이익을 위해 전유할 수 있는 소비재로 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경관의 중요성과 도시적 사용가치 강화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도시경관의 가치를 주장할 때, 경관이 공공의 자산이라는 지역 공동체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글로벌 기업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아름다운 사옥을 짓고 우수한 직원들을 고용하는 이유는, 좋은 직장에서 일하면서 매력적인 도시에 거주하고,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서 양육할 수 있도록 해 양질의 인적자원을 확보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도시경관은 도시가 자족 능력과 경쟁력을 갖게 되는 하나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에서 사람들은 미래의 이익보다는 현재의 손실을 더 크게 인식한다고 설명한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경관과 디자인에 대한 투자가 현재의 손실로 느껴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도시 인프라의 효율성과 도시의 브랜드 창출, 지역의 관광 마케팅 전략, 도시의 자족성 확보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큰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 '공유재산의 비극' 또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이론이 있다. 경제적 인간은 사유재산의 경계가 불확실한 재화에 대해 통제력을 잃고 남용하게 돼 결국엔 자원의 고갈로 이어진다는 이론이다. 이러한 이론을 경관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면, 자본의 수익에 매몰된 개발자가 도시경관이라는 공공재를 현재의 손실로 인식하고, 도시적 관점에서 경관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면, 결국 우수한 경관적 자원을 잉태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의미다. 공유재산의 비극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 방법이 제기되는데, 첫째는 규제, 둘째가 협력, 셋째가 인센티브의 활용이다. 세 가지 방법을 국내 경관 행정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는 디자인 가이드라인과 경관위원회를 통한 규제적 통제가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도시 중심의 아름다운 랜드마크 건축물과 주변 건축물의 군집적 이미지는 도시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도시 브랜드가 된다. 현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상징적 경관은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와 우수한 인적자원의 확보와 맞닿아 있으며, 도시를 방문한 관광객을 위한 매력적 공간과 이미지를 제공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왜 도시 중심으로 모여들까. 많은 다국적 기업은 도시 중심의 랜드마크에 입주하거나 스스로 기업 이미지에 맞는 대형 건축물을 건설해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도시 중심 업무지역은 자본력이 풍부한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상징화할 수 있는 건축물로 정체성을 표출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우리나라에서 경관 이미지의 차별화를 통해 도시의 아이덴티티를 표출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기존 신도시와 달리 개발 단계에서 3차원적인 공간적 이미지를 예측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민간개발자들의 디자인 수준을 높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탈산업화 도시의 정체성은 도시 디자인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새로운 문화적 장소 창출은 시민사회의 문화적 자부심과 도시 마케팅 전략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경관의 공공성 확보를 통한 도시 경쟁력 증대는 당연한 귀결이다.

/이재혁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도시디자인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