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바닥인데 1년에 12억원 들어
'정치 선진국' 스웨덴, 비서도 없어
국민이 준 권한 '특권' 여기지 말길
솔선해서 논의 그쳐야 할 것이다

2016년 인천에 있던 해양경찰청이 인천을 떠나 내륙지방인 세종시로 갈 때 인천에는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유력 정치인이 여럿 있었다. 그러나 해경은 인천을 떠났다. 그리고 2년3개월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때 국회의원은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1988년 지방은행의 선두그룹이던 경기은행이 퇴출될 때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무엇을 했는가. 또 국회의결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으로 결정한 명칭을 아직까지 서울인천국제공항으로 부르고 있는 현실이나 인천이 수도권이라는 명분으로 개발이나 세제 등에서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는데 무슨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가. 이제 국회의원의 역할은 많이 줄어들었다. 교통통신의 발달, 중앙정부업무의 지방 이양, 지방자치제 정착, 지방의회 활성화, 정보의 광역화 등 모든 여건이 중앙집권이 아닌 지방 분권화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정치의 으뜸가는 요체는 국민의 신망을 얻는 것이라 했다. 우리나라 집단 중 가장 신뢰를 받지 못하는 집단이 국회의원이고 정치인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파고 들어가는 상황이다. 이런 국회의원 한사람에게 들어가는 돈이 1년에 무려 12억원 가까이 된단다. 대우는 OECD 상위권인데 경쟁력은 꼴찌 수준이라면 이때는 오히려 자숙하고 겸손해져야 마땅한 일이 아닌가 싶다. 얼마 전 정치 선진국인 스웨덴 국회의원의 하루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개인비서도 없고 우리나라의 9명이나 되는 개인보좌관제도도 없다. 그러면서도 의원마다 발의하는 의안 수는 4년 임기 중 평균 100여 건이라 한다. 우리보다 훨씬 잘사는 북유럽국가들의 국회의원들은 작은 사무실 하나를 둘로 나눠 쓰고 비서도 의원 2명당 한사람뿐이라지 않는가.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움직임은 사실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필자도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고 기고를 한 것이 만 10년이 지났다. 그때가 적기라고 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되어 버렸다. 국회의원들이여 말로만 개혁, 말로만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국민들을 기만하지 말기를 바란다. 국민들이 준 권한을 마치 불가분의 특권인양 여기지 말기를 바란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니 제대로 가고 있는가. 답답한 서민들의 질문을 정치가 답해주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정치, 경제, 안보의 문제보다 지금이 정말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논의를 할 때인가 묻고 싶다. 정치가 국민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정해 주어야 하는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여전히 뒤에서는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일본, 미국, 북한, 중국, 러시아의 틈바구니에서 전 국민이 지혜를 모아 지금의 난관을 잘 헤쳐나가야 하는 마당에 정당 간의 다른 현안의 합의도 아니고 국회의원 수를 늘리자는 발상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치졸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
정치는 백성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가지고 있는 특권을 조금만 내려놓아도 백성의 눈물이 마를 것이다. 국민의 여론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먼저 솔선해서 이 논의를 그쳐야 할 것이다. 아니라면 뜻있는 국민들이 앞장서서 국회의원 수를 10% 늘리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10% 줄이기 운동을 전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신원철 (사)인천연수원로모임이사장·前 인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