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남북경협 지지부진속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지시했지만
남측과 '합의'·'남녘동포' 언급
돌파구 찾기 위한 행위로 보여
우린 사업의미 고려 적극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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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숙도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지난 10월 23일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관광시설 철거 발언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 현지지도 자리에서 남측이 건설한 시설들을 돌아본 후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곧이어 25일 오전 북한은 우리에게 통지문을 보내 시설 철거를 요청하였으며, 10월 28일 우리가 제의한 당국 간 실무회담도 바로 다음날인 29일에 거절하였다. 이번 달 5일에 요청한 남측점검단의 방북에 대해서도 아직 응답이 없는 상태이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경제개발에 대한 김정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남북관계의 상징인 금강산관광을 다시 한 번 남북 간의 대화 재개와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재 김정은의 시간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개발과 그 성과를 통한 체제 공고화이다. 이미 김정은은 정치적으로는 완전히 그 위상을 공고히 하였다. 2016년 36년만에 7차 당대회를 개최하는 등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 사실상 무력화되어 있던 당 기능을 복원하였으며, 당규약 개정을 통해 '조선노동당 위원장'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올랐다. 올 4월에는 헌법 개정을 통해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하는' 위치임을 명확히 하여, 실질적인 국가수반이 되었다.

이제 김정은의 시간표에서 필요한 것은 2020년까지 경제개발에 대한 성과를 인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의 '국가경제개발 10개년 계획(2011~2020)'과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은 모두 내년에 그 기한이 마무리된다. 지난해 4·27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4월 20일 조선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2013년 채택한 '핵·경제 병진노선'의 종료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비핵화·경제'로의 노선 변경을 공식화하기도 하였다. 이제 김정은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개발의 실질적 성과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게 관광사업은 경제개발의 가장 중요한 돌파구이다. 개인관광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니며, 미국의 대북제재규정 역시도 개인 여행에서 발생하는 통상적인 거래는 제재예외거래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북한은 최근 관광사업을 통한 경제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산-금강산관광특구에 중국 자본을 들여오기 위해 투자유치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중국에서 금강산 관광 홍보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에만 두 차례 이상 방문하여 건설을 독려하기도 했다.

북미회담과 남북경협이 지지부진한 현실에서 금강산관광 독자개발 입장을 천명한 것은 한편으로는 오히려 우리가 적극적으로 금강산관광 개발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평양 9·19 남북공동선언에서 두 정상이 원산-금강산관광특구를 원산-금강산국제관광공동특구로 개발할 것을 합의한 만큼 이에 대한 빠른 실천을 촉구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시설 철거를 주장하였으나, 남측과의 '합의'와 '남녘동포'를 언급하였다. 이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북미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내며 금강산관광과 남북관계 복원이라는 시간표가 긴급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금강산관광 사업의 의미를 고려하면서, 국제정세와 국내적 공감대 형성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 대응이 절실하다.

/권숙도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