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의 미망인 선발기준 제시
성적 꼴찌부터 고려해달라 당부
올바른 심성 가진 학생을 원해
전통적 방식 탈피 사고의 전환
잠재력 뒤늦게 발현 경우 많아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중고등학교 시절에 받는 장학금은 여러 가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부 학생에게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누군가 따뜻한 도움의 손길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이를 계기로 학습에의 의지를 더욱 불태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학생에게는 우수함에 대한 인정과 보상, 더욱 잘 하라는 격려의 의미를 내포한다. 장학금으로 인해서 학생에게는 평생을 잊지 못할 자긍심과 함께 사회의 따뜻한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나중에 자신이 그런 기부자가 되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선순환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왜냐면 사랑은 받아본 사람만이 더 잘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한 사회적 기업의 장학재단으로부터 장학생 추천을 받고 적합한 학생을 찾기 위해 업무 담당자로서 과정별 협의회를 거쳐 한 여학생을 최종 선발했다. 그리고 그 여학생을 위해서 공을 들여 추천서 및 공적조서를 작성한 경험을 아직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그 수혜 학생이 고등학교 재학 내내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에 임하여 명문대학에 진학을 했을 뿐만 아니라 학문에의 열정을 살려 대학원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이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에 입사하여 40대 중반의 나이에 이사직에 오른 입지전적인 제자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최근에 스승 찾기를 수소문한 끝에 필자가 근무하는 현임교를 방문하여 강산이 거의 3번 바뀐 세월의 흐름을 뛰어넘는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명목상은 인생에서 지금의 위치에 오르도록 도움을 준 사람이 누굴까 생각하니 고교시절 은사인 필자가 생각나더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장학금이 내포한 숭고한 뜻의 발현과 그로 인한 사제지간의 인연에 대해 필자는 매우 자랑스러웠다. 비록 그때는 장학재단이 찾는 미래형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당연히 교사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결국 의미 있는 장학금이 한 학생을 사회의 동량으로 키운 것이다.

얼마 전 현재 재직교의 학교장 앞으로 이전 장학금 기부자의 미망인께서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정성스런 장학금을 보내오며 다음과 같이 그 뜻을 밝혀왔다. "선발 기준을 성적이 꼴찌인 친구부터 고려를 해주십시오. 말썽을 피우는 학생이라도 장학금 수혜로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면 보람이겠고 변화가 없어도 할 수 없습니다. 꼭 이 기준에 맞는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라고 당부를 하였다. 아울러 예전에 상영된 국내 영화 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사례로 제시하며 비록 성적은 엉망이고 교내에서 말썽을 피우지만 마음 깊은 곳의 심성은 올바른, 그래서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원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예를 직접 들면서 자신이 변화되었듯 그런 동기가 필요하고 비록 결과가 없다 해도 그런 기회만이라도 주고 싶다고 마무리를 하였다. 이 어찌 고결한 뜻을 받들어 시행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러한 마음은 일반적으로 공부는 잘하지만 이기적인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전통적 방식에서 탈피하는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다. 필자는 학교장과 함께 그 뜻을 새기며 적지 않은 장학금이 매년 그런 학생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도록 교직원과 협의하여 신중하게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다. 장학금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기에는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천편일률적인 장학생 선발방식이 새로운 전환을 맞이할 시대가 아닌가 한다. 한때의 학생 모습, 특히나 중·고교의 학력이 그 학생의 인물됨이나 잠재력을 평생 동안 대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소 늦더라도 돌아서 가는 학생이 있고 잠재력이 뒤늦게 발현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역사상 한때는 문제 학생으로 지목되었어도 나중에 역사를 바꾼 인물도 얼마든지 있다. 장학금이 학생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에 특별한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 학생을 선별하여 키우는 것도 우리가 담당해야 할 소중한 교육이라 생각한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