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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의왕소방서장
출근길 신호대기 하는 차 안에서 문득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가로수를 바라보니 언제 이렇게 가을이 성큼 다가왔나 싶다가도 앞으로 다가올 겨울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민다.

영국의 어느 시인은 황무지에서 피어나는 라일락을 보며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11월 쌀쌀한 날씨에 쌓여가는 낙엽을 보며 '불조심 강조의 달'만 생각나니 시적인 감성은 미약한가 보다 생각한다.

최근 들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대형 화재는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11월 한 달 불조심을 설파한들 유의미한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 수립 이후 72회째를 맞이한 '불조심 강조의 달'은 월동 준비와 함께 급증하는 난방기구 사용으로 빈번한 주택 화재의 예방을 위해 제정됐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방의 가장 중요한 시책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다른 누구의 건물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밤마다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불조심'을 외치고 깡통을 흔들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 소방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하여 '도민과 함께 공유·소통하는 화재예방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나 공동주택 등으로 직접 찾아가는 소방안전교육으로 연령별, 유형별로 위급 상황 시 대처 능력을 함양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고, 화재 없는 안전마을을 지정하여 화재취약계층에 주택용 소방시설(단독경보형 감지기, 소화기)를 배부하고 있다.

또한 소방차로 전통시장과 주요 도로를 순회하며 불법 주·정차 방지와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과거와 달리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화재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마트, 지하철, 버스정류장의 각종 포스터와 BIS(Bus Information System), 심지어 도로변 전광판의 불조심 표어까지 무릎을 치게 만드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불조심 콘텐츠를 홍보한다.

아울러 각종 공모전과 모바일을 통하여 불조심과 관련된 많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겨울철 화재예방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불조심 강조의 달'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자성어 중 '추상지계(秋霜之戒)'라는 말이 있다. 가을의 서리는 추운 겨울이 올 징조이므로 경계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난히 추울 것이라 전망하는 이번 겨울 작은 관심을 통해 더 따뜻한 계절을 맞이하였으면 한다.

/이경우 의왕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