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힘사고 등 119 출동건수 해마다 늘어나
정전·고장 멈췄다고 탈출시도 '추락 위험'
인터폰 호출·출동한 전문가 지시 따라야
에스컬레이터 이용 안전수칙 반드시 준수

박원철 경기도 안전기획과장
박원철 경기도 안전기획과장
국내 승강기가 70만대를 돌파했다. 1910년 조선은행(현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건물에 국내 최초의 승강기가 설치된 지 109년 만이다. 보유 대수 세계 8위, 연간 신규 설치 대수는 4만여대로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다. 승강기 시장 규모는 3조5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업체 수 1천300여개, 종사자 2만여명으로 국내 경제의 한 축으로 우뚝 섰다. 승강기 도입 한 세기 만에 이만한 고도성장을 이룬 나라는 세계에서도 유일하다. 경기도 내 승강기는 총 18만4천675대로, 엘리베이터가 17만5천734대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에스컬레이터 6천667대, 무빙워크 1천565대, 휠체어리프트 709대, 소형 화물용 엘리베이터 1천798대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경제적인 규모나 수치로 볼 때 우리나라는 분명 승강기 대국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안전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도내 승강기로 인한 119 출동 건수는 2016년 5천324건, 2017년 5천682건, 2018년 7천116건 등으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도내 승강기 갇힘 사고 또한 2016년 181건, 2017년 94건, 2018년 88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승강기 안전성을 강화하고 이용하는 도민들의 안전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경기도는 현장중심의 모의구조 훈련을 진행하는 한편 매년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안전교육 및 승강기 사고대응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승강기 갇힘 사고를 겪은 어린이가 엘리베이터를 무서워서 안 타려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도민들께서도 승강기 갇힘 사고 대처요령을 미리 익혀두고 아이들에게도 미리 알려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평소에 제대로 운행되던 승강기가 갑작스러운 정전이나 고장이 발생했을 때 당황하고 조급한 마음에 승강기 문을 열고 탈출을 시도하다가는 승강기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 시 지켜야 할 행동요령을 하나씩 살펴보면 첫째, 정전 등의 이유로 실내조명이 꺼지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인터폰으로 연락해야 한다. 둘째, 임의로 판단해 강제로 문을 열거나 탈출을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구조를 위해 현장에 출동한 전문가의 지시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 안전사고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발판의 가장자리에 옷자락이나 신체 일부가 끼이거나 승차장 틈에 손가락이 끼어서 일어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며, 무빙워크의 경우는 손잡이를 잡지 않고 걸어 내려가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가 잦다.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안전이용수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옷이나 물건 등이 틈새에 끼지 않도록 디딤판 가장자리에 표시된 황색 안전선 밖으로 발이 벗어나지 않게 이용한다. 둘째, 손잡이 밖으로 몸을 내밀지 말아야 한다. 셋째,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넷째, 디딤판 위에 앉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어린이나 노약자는 보호자가 손을 잡고 타야 한다. 여섯째, 비상 정지 버튼을 장난으로 조작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적인 기반은 든든해졌다. 문제는 안전이다. 승강기 사고 70% 이상은 이용자 부주의로 발생한다. 승강기는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키면 어떤 이동수단보다 안전이 보장되는 편의시설이다. '설마 괜찮겠지'하며 안전수칙을 무시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안전불감증과 무사안일이야말로 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보유 대수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크다고 승강기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경기도는 매년 '경기도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에 온 힘을 쏟고 있으며 '승강기 안전, 도민행복 실현'을 위해 예방 중심의 승강기 안전관리를 추진해 가고 있다. '산업과 안전이 동반 성장하는 나라', '승강기 안전강국 대한민국'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원철 경기도 안전기획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