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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용 안산 대부고 교사·교육학 박사
벌써 새해다. 지난해는 전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 학기 한 권 책 읽기'라는 단원이 교과서에 등장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국어 교과서에 실린 짧은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통으로 읽는 독서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자식들에게, 학생들에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매번 했던 질문은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한 책 읽기를 통해 앎을 삶으로 확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해답 찾기였다.

기존의 독서 교육은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의 관점으로 대별된다. 한 가지는 독서 활동을 독서 과정에 따라 나누어 분석하고 각 과정에서 필요한 기능을 개별적으로 교육하는 분석적 지도이다. 두 번째는 좋은 책을 많이 읽게 하여 자연스럽게 독서의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총체적 지도라고 할 수 있다. 분석적 지도는 교육 현장에 오랫동안 적용되었던 독서 방법으로써 기능주의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이 독서 방법론은 독서의 하위 기능의 목록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실제의 독서 행위(맥락)와 괴리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것에 대한 대안으로 독서 전략이 강조되었지만 전략 역시 독서 목표를 세분화하여 분절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한계점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총체적인 독서 방법으로써 우리의 아이들이 평생 독자로 나아갈 수 있는 독서 방법론이 필요하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탐구하고 그것을 삶 속에서 해결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리고 이것이 순환되어 생애 독자, 성장 독자로 나아갈 수 있는 '성장 독서 방법론'이 요구되는 것이다. 에릭 프롬이 이야기한 존재 양식으로 존재하는 독서 방법이 요구되는 것이다.

성장 독서 교육은 독서가 책을 읽고 정보를 습득하는 일 외에 자신의 삶의 한 과정이며,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 규정된다고 하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독서 교육이 역량의 본질을 기초로 하여 기존의 삶의 맥락과 유리된 탈맥락적 학습의 장을 삶이라는 맥락적인 경험의 장으로 확장시키고자 하는 독서 방법이다. 이것은 수업 시간의 책 읽기를 일상적인 독서 활동로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자 독서의 실제성을 수업 시간에서 회복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성장 독서 교육을 위해서는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의 독서 방법(반성적 사고)과 맥락화 과정이 필요하다. 반성적 사고란 지적 조작을 넘어서는 심리적, 정신적 사고 과정으로 유목적성을 지니는 문제 해결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즉, 독자의 삶 속에서 자신의 경험을 문제 상황과 연결시키며, 자신의 독서 경험을 되돌아보고, 이것을 스스로의 삶과 연관 짓는 것이다. 주의할 점은 기존의 독서가 이해의 중심이 텍스트에 놓여 있는 반면, 반성적 사고는 이해의 중심이 독자 자신의 삶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반성적 사고의 과정은 지속적인 나선형 순환 과정으로, '독서 상황→문제 인식→지성화→문제 확정→독서 경험→문제 해결'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삶의 문제를 독서 경험을 통해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맥락화란 독서 상황에 주어진 맥락을 자신의 문제 상황으로 인식하는 방법이다. 자신이 현재 읽는 텍스트를 자신의 과거 경험과 미래에 겪게 될 경험과 연결시키거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의문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나아감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끊임없이 점검하는 과정이다. 또한 하나의 텍스트가 아닌 복수 텍스트를 활용하여 자신이 읽고 있는 텍스트를 다른 텍스트와 융합하여 사고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법들을 활용하여 독자는 자신만의 해석 텍스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성장 독서 교육을 세 가지로 유형화할 수 있다. 지식이나 정보를 탐구하는 탐구형 독서 교육(주제 탐구 독서), 다른 사람과 교감하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성찰형 독서 교육(인성 독서), 자신에서 출발하여 세상과 소통을 목표로 하는 소통형 독서 교육(진로 독서)을 들 수 있다. 이 유형들은 평생 학습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들로르 보고서(Delors report, 1996)의 알기 위한 학습, 행위를 위한 학습,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학습, 존재를 위한 학습과 맥을 같이 하며, 교육이 추구하는 지식적 인간, 생각하는 인간, 사회적 인간과도 연결된다.

학생이나 독자들은 자신이 처한 문제 상황이나 상황 맥락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독서 유형을 선택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교사나 학부모 역시 학생의 문제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면으로 적용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다만, 성장 독서의 여러 유형은 학생(독자)의 목적, 흥미, 기치관 등에 따라 그 유형이나 과정이 변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희용 안산 대부고 교사·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