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조 경기남부청 외사계장
손영조 경기남부청 외사계장
검찰개혁법안이 신속처리법안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지도 2주가 넘었다. 특히 '수사권조정'이라는 주제는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매번 언급되어 온 선거공약 중 하나로, 해묵은 대선공약 과제이다. 그동안 청와대 또는 총리실 주관으로 검·경 양 기관 의견을 제출받아 합의도출을 시도한 적도 있었고, 국회에서 여·야 모두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해서 법사위 소위원회에 논의를 부친 적도 있었지만, 번번이 결론을 내지 못했었다. 정부나 정치권의 추진 의지가 부족했던 것도 실패의 이유 중 하나이지만, 검찰의 지연전략과 정치권을 향한 겁박도 한몫 해왔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지난 4반 세기 동안 검찰은 '시기상조론'과 '자질론'을 거론하며 수사권조정 논의를 지연시키거나 무산시켜 왔다. 때가 되면 늘 그래왔듯이, 검찰은 비리 경찰관들을 찾아내거나 경찰의 수사상 과오를 들춰내 언론에 기사를 제공하는 한편, 삼삼오오 국회의원을 개별 접촉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급기야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로비하는 검찰 간부에 대해 실명을 공개하겠다고 여당 대표가 공개 발언하는 상황에 이를 정도로.

비리든 과오든 잘못이 있으면 찾아내어 징벌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대상이 검사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떡검', '색검', '스폰서', '벤츠 여검사' 등등 다양한 형태로 검사와 검찰의 비리 의혹이 지탄받아왔지만, 제대로 단죄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구체적인 물증이나 정황을 다룬 탐사보도가 이어지고, 검은 커넥션을 양심으로 고백한 내부고발도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그들이 검찰수사의 대상이 되었다. 제보나 첩보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경우도 몇 차례 있었지만, 검찰은 수사지휘권을 이용해 사건을 가로채거나 영장청구권을 이용해 증거를 확보하기 곤란하게 만들고, 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침묵해왔다. 잘못된 수사구조 자체가 그 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 검찰개혁은 현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이다. 정부 출범 후 1년여 시간 동안 국민 여론을 듣고, 전문가와 기관 의견을 모아 숙고와 진통 끝에 검찰개혁 관련 정부안이 마련되었다. 지난 2018년 6월 21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문을 낭독하고, 행안·법무 장관이 검·경 수사권조정 합의문에 서명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공지되었다. 아울러,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수십만 인파가 주말마다 서초동 검찰청사를 둘러싸고 검찰개혁을 명령했다. 정부안을 토대로 의원입법 형식으로 마련된 검찰개혁 입법안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진지한 토론과 기관 의견을 종합한 후, 신속처리법안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어 있다.

한편, 국회 선진화법 위반 고발사건을 비롯하여 정치권 인사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들이 검찰청 캐비닛 속에서 조직이익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다는 기사가 등장하고 있다. 검찰의 선택적 수사에 대한 비난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어 법안 통과 여부가 가늠되는 마당에, 지난 12월 9일 검찰은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에 반대하는 취지의 검토보고서를 정당과 의원실로 보냈다. 또 지연과 겁박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대의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국민의 명령에 따라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으려 하는데, 그 잘못된 제도에서 비롯된 권력을 남용하면서까지 국민의 명령에 반기를 들고 버티는 것은 조직이기주의를 넘어 반민주적인 행태로 올바른 공직태도로 보기 어렵다. 겁주고 버티면 늦출 수 있다는 잘못된 태도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천심(天心)인 민심(民心)이 말과 행동으로 명령했다. 더 늦기 전에, 이번 국회 회기에 민주사법을 향한 국민의 명령에 대한 응답이 있기를 기대한다.

/손영조 경기남부청 외사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