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인재 발굴 위해선
피라미드식 클럽 육성 등 필요
다양한 종목 체육공원식 운동장도
선진국 정책 맹목적 추구보다
적합한 시스템으로 미래 준비해야


황교선 경기도교육청 학생건강과장111
황교선 경기도교육청 학생건강과장
우리나라는 경제와 더불어 학교체육도 괄목한 성장을 거듭해왔다. 필자가 학교 다니던 70년대 후반만 해도 현재에는 널리 보급된 인조잔디운동장, 우레탄 경기장 등에서 뛰어보는 것이 유일한 희망인 시절이었다. 심한 추위가 몰려와도 틈만 나면 운동장에서 축구공 하나에 온 동네 꼬마들이 몰려와 하얀 입김을 쏟아내며 열심히 뛰어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체육은 수많은 변화 속에서 양정모 선수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1988년 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엘리트(전문) 체육은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2019년 12월 현재 2019 초중등진로교육현황조사에서 아이들의 미래 희망직업으로 초등학생은 1위로, 중학생은 4위로 각각 운동선수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손흥민 등 한국을 빛내고 있는 우수한 선수들의 활동은 아이들의 꿈을 키우게 하고 스포츠 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초 100회 전국체육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격려코자 핸드볼 경기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여자 핸드볼 종목은 각종 올림픽 또는 세계대회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는 종목이었으나 전국 17개 시·도 중 10곳만 여고팀이 있다는 것이다. 핸드볼 외에도 각종 구기종목에서 벌어지는 실정이다. 체육 전문가라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예측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게 더욱 큰 문제다. 인구감소, 경제성장, 학부모 인식변화 등 많은 사회변화 요인들이 있어도 그 누구도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단순 논리로 교육청과 학교에서 관심이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하며 교육기관만을 탓하고 있는 실태다. 그래도 희망적인 측면은 아직도 아이들이 스포츠를 좋아하기에 다양한 체험기회와 대회 참가 여건이 주어진다면 더딜지라도 인재 발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성적에 급급해하지 말고 향후 1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철저한 피라미드식 클럽육성과 초·중·고 연계 시스템 도입, 합숙훈련, 수익자 부담 경비 등의 문제를 해소한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인재를 주변에서 발굴해낼 수 있다. 운동부 운영에 따른 학교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운동부 육성교에 대한 다양한 지원방안으로 안정적인 학교운동부 지원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덧붙여 경기도교육청의 G-스포츠클럽 사업의 추진도 이 같은 이유다.

체육공간의 혁신도 수반돼야 한다.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로운 학생들의 체육공간 확보를 고민하던 중 미국의 에어돔과 유럽의 에어돔, 소규모 미니 에어돔 등에 관심을 갖고 현지를 방문해 직접 체험했다. 이에 최근 교육부와 대한체육회 등 주요관계자를 만나 다목적 운동장의 학교 설치를 핵심으로 한 정책제안을 한 바 있다. 녹지공원 조성과 함께 넓은 운동장에서 다양한 종목을 경험하며 모두가 행복해하는 체육공원식 운동장이 핵심이다. 선진국의 정책을 맹목적으로 따라하는 것을 결코 찬성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모형과 정책을 만들고 아이들의 건강한 체육을 위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임을 강조하고 싶다. 일반 학생들의 체력향상을 위한 수많은 정책들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고 새롭게 정리되는 정책을 보면서 나름 보람도 느꼈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발전적인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근시안적 안목과 현실에 안주해 수용을 거부하는 갈등구조에 아쉽기도 했다.

기대와 실망 속에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찾아낸 것은 현장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루아침에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크고 작은 공감이 뜻을 형성하고 미래를 향한 청사진을 함께 그려나가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저를 비롯해 교육기관에서의 학교체육, 나아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생활체육에 대한 연구는 계속될 것이며, 비판과 협력 속에 미래 체육의 앞날을 모색하는 발걸음이 더욱 커지길 기대한다. 또한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기관에서도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현장의 다양한 의견수렴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은 소통과 협업을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해선 안된다.

/황교선 경기도교육청 학생건강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