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혜원
오늘이 너의 날이 되기를 바라.

한 친구는 매년 생일마다 같은 말을 했다. 내심 그 말이 좋아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이면 그들에게 같은 말을 돌려주었다. 당선 통보를 받은 날은 오랜 친구의 생일날이었다.

오늘이 너의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축하를 건넸던 그 친구에게 가장 먼저 축하 인사를 돌려받았다. 생일 같은 날이었다.

생일을 기억하는데 더는 너의 날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얼굴이 무럭무럭 떠올랐다.

2019년은 앞으로 내가 뭐가 될지, 내가 설 자리가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기갈 들린 사람처럼 많은 것을 정리했다. 하루는 책장에 꽂혀 있던 빛바랜 책들을, 다음 날은 오랫동안 좋아했던 가수의 앨범을, 그다음 날에는 미련처럼 남겨 두었던 전화번호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하나씩 버리고 나면 그만큼 내 자리가 생길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끊임없이 내 자리를 의심하게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조금쯤 내가 있을 자리를 나눠 받은 기분이다.

이십 사시 카페에서 전공도서를 펼쳐 놓고 공부를 하던 사람들 틈에서 나 혼자 소설을 쓰고 있을 때면 바닥없는 불안에 처박히고는 했다. 해가 뜨기 전에 가장 어둡다는 빤한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을 한 편 완성하고 나면, 오랫동안 참고 있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을 때의 해방감이 차올랐다. 그 순간을 알기에 글을 단념하지 못했다.

지치지 않고 쓰겠다고는 말할 수 없다. 여태껏 수도 없이 지쳐 나가떨어졌듯 언젠가 다시 지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쓰겠다.

그저 지켜봐 주고 기다려준 가족들에게도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분명 앞에서 말로는 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이렇게 글로나마 마음을 전한다. 미숙한 글에서 나조차도 의심했던 나의 가능성을 발견해주신 경인일보 심사위원분들께도 무한히 감사드린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많다. 고마운 마음은 직접 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