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어둠속에서 일하지 않아도 돼
한 퇴직자 "30년간 고생한 사람은 아내"
'아침이 있는 삶' 가질 수 있게 더 노력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새벽에 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청소 관련 노동자는 전국에 총 1천822명이고, 사망자는 18명에 달한다고 한다. 후진하던 청소차량에 치이거나, 청소차 적재함 덮개에 끼이는 등 청소관련 노동자가 업무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두 달에 한 번 꼴로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상쾌한 아침과 사람의 목숨을 맞바꾸는 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대책이 절실했다.
그동안 환경관리원들은 오랜 기간 시민들의 편익을 위해 야간에 일을 해오며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되고 장기간 밤낮이 바뀐 생활을 감내해 왔다. 우선 새벽근무가 익숙한 일부 근로자들과 시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여러 차례 간담회와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먼저 2019년 6월 수원시 노동계 인사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새벽 노동 없는 수원을 위한 의정토론회'를 개최했다. 1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청소 노동자들의 차별적인 노동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청소 관련 노동자들의 '주간근무'의 공감대를 만들었고, 노동환경 개선까지 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
의정 토론회에 이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담당하는 노동자 80여 명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그들은 주간근무로 인한 본인들이 겪는 불편함보다는 오히려 출근길 교통 혼잡과 깨끗하지 않은 거리로 인한 시민 불편을 걱정해주셨다. 주어진 일을 할 뿐이라는 노동자들의 소명의식은 나에게도 큰 울림이었으며, 그에 대한 답을 이젠 우리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0년 1월 1일부터 수원시에 전면 도입되는 '환경관리원 주간근무'에 따라 수원시 청소 관련 노동자는 더 이상 어둠 속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는 폐기물 수집과 운반 업무가 새벽 3시부터 시작됐었지만, 새해부터는 오전 6시부터 시작하게 된다.
지난 5개월 동안 7개 동에서 주간근무 시범사업을 추진한 결과 노동자들의 만족도는 95%였다. 현장에서 만나는 시민들도 시민의식을 발휘하며 함께 응원해주셨다. 감사할 따름이다.
12월 17일 환경관리원 퇴임식에서 30년 가까운 인생을 시민들을 위해 헌신해온 최고참 환경관리원 한 분이 말씀하셨다. "식구들이 잠든 새벽에도 불을 켜고 출근을 해야만 하는 것이 우리 직업이었다. 이 생활을 30년 동안 해오면서 제일 고생한 사람은 나의 아내다. 새벽에 밥해주고, 냄새나는 옷가지를 말없이 묵묵히 받아준 것은 아내뿐이었다."
이제 도시가 그들의 땀방울을 닦아주어야 할 차례이다. 새해에는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뿐만 아니라 '아침이 있는 삶'도 가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는 다짐을 한다.
/조석환 수원시의회 도시환경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광교 1·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