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소멸위험지역, 8곳 늘어난 97곳 42.5%
농촌 잠재력 발견·새로운 가능성 활용해야
일자리 창출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 필요
농협 '새로운 사회적 역할' 모색 절실한 시점


이성희 낙생농협 전 조합장
이성희 낙생농협 前 조합장
최근 지방인구의 감소와 지역경제 위기 등 '지방소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자체는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2019년 기준 228개 지자체 중에서 '소멸위험 지역'은 전년보다 8곳 늘어난 97곳으로 42.5%에 달하고 있다.

지난 12월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방에 사는 주민 10명 중 4명은 10년 내 자신이 사는 지역의 기능이 사라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답했다. 지역경제 위축과 일자리 감소, 저출산, 고령화 등 지방 주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농촌의 고령화율은 2018년 기준 21.4%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앞으로 농촌의 고령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귀농·귀촌의 증가는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지자체에 나타나는 긍정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도시를 떠나 새로운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면서 농촌도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지역 경쟁력을 국가 경쟁력과 동일시하면서 농촌을 국가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혁신 무대로 인식하고 다양한 농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저밀도경제(low-density economy)'의 잠재력을 강조하면서 정주 여건이 열악한 농촌을 혁신역량과 새로운 기회의 창출 공간으로서 인식하기 시작했다. 저밀도경제는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서 경제성장이 더 활성화된다는 의미로,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고용이 많다는 전통적 개념과 달리 정보기술의 발달로 저밀도 지역에서 새로운 가치와 고용창출 가능성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지방소멸의 위기에 놓인 우리 농촌을 다시 살리기 위해서는 농촌이 지닌 잠재력을 재발견하고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마을 기업의 기능과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협동조합은 지역에 의료, 주거, 교육,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일자리 취약계층을 통합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등 사회적 역할을 수행해온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최근 지역소멸의 위기에 따라 협동조합의 기본원칙을 제시하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협동조합 제7원칙인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제7원칙은 사회적 책임과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가치를 담고 있는 원칙으로 협동조합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자신이 사업을 운영하는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공동체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농협은 지역의 구심체로서 조합원의 농업생산 지원, 농산물 판매 및 가공, 조합원에 대한 자금공급, 조합원의 생활지원 등 조합원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인적·물적 자원과 네트워크를 조합원뿐만 아니라 지역의 저소득층과 소상공인들에게도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교육, 문화, 환경,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인프라 구축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그간 농협이 해온 지역의 구심체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지자체와 협력하여 농업인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한다. 농협의 지역사회 재생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역할 모색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성희 낙생농협 前 조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