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장영실 모티브 영화 '천문' 깊은 울림
신분 뛰어넘은 인간적 존중·백성 향한 사랑
금-흙수저간 불평등·갈등 '우린 행복한가'
'민심은 천심' 리더 덕목·하늘의 뜻 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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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표 시인·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올려다보니 이렇게 좋구나! 늘 아래를 봐야 하니 하늘이 있다는 게 너무 좋구나!" "저는 고개를 숙이고 살아야 합니다. 위를 함부로 보았다간 따귀를 맞습지요. 저도 하늘이 좋습니다요. 하늘은 있는 그대로 받아주니까요." "북두칠성 위에 가장 빛나는 별이 북극성이고 저 별이 전하의 별입니다." "저 별 중에 너의 별은 어디 있느냐?" "없습니다. 천출은 죽어서도 별이 될 수 없습니다. 저 같은 미천한 것이 별은 무슨 별입니까?" "아니다. 신분이 무슨 상관이냐, 이렇게 같은 하늘을 보면서 같은 꿈을 꾸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늘 내 곁에 있으라." 세종은 북극성 옆에 별 하나를 그려줍니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을 모티브로 한 영화 '하늘에 묻는다'는 군주와 신하의 관계보다 정감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지요. 세종은 장영실이 같은 하늘을 볼 수 있게 하고 같은 꿈을 꾸게 해줍니다. 자신의 꿈 넘어 꿈을 펼치는 것이지요. 장영실을 신하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존중하는 것은 나라와 백성을 향한 깊고 넓은 사랑이 내재(內在)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출생의 근본을 따지던 세상에서 유연하고 여여한 세종의 품성은 북극성보다 더 환한 빛을 발하지요. "저 별들이 모두 내 백성으로 보이는구나!"라는 말은 묵직한 감동과 깊은 울림을 줍니다.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을 말해준 또 다른 영화가 있었지요.

"내 이제껏 비루하게 살아왔지만 지금은 아니오. 대체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요? 백성들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니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나는 명나라에 조공으로 말 몇 필과 비단을 얼마나 바치느냐 하는 것보다 우리 백성이 얼마나 잘사느냐가 중요하오. 그대들이 말하는 사대(事大)의 예. 나에겐 그보다 내 백성들의 목숨이 열 갑절 백 갑절은 더 소중하오"라고 울분을 토하는 모습은 압권이었습니다. 도승지는 한낱 광대이지만 진짜 왕보다 더 놀라운 군주 상(君主 像)을 보여주는 그의 인간성에 반한 나머지 비명 같은 한마디를 던집니다. "백성을 하늘처럼 섬기는 왕, 진정 그것이 그대가 꿈꾸는 왕이라면 그 꿈 내가 이루어 드리리다." 그때 나라의 리더가 되려고 후보경선에 나섰던 분에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만나보라고 했습니다. 추석 연휴에 영화를 본 그분이 리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웠다며 고마워하던 기억이 납니다.

신분의 귀천을 주장하는 신하들에게 "도대체 당신들이 꿈꾸는 정치란 게 뭐요. 그저 백성들 위에 군림하면서 권세나 누리려는 거 아니요?"라고 일갈한 세종의 꾸짖음이 귓전을 울립니다. 정조대왕은 "임금이 백성이 아니면 누구와 나라를 다스리는가. 그래서 백성을 하늘로 삼는 것이다. 하늘의 뜻에 따르는 것이 도리이고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고 돌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러한 리더를 만나보기 어려운 것은 불행한 일이지요. 세상이 금수저, 흙수저로 나뉘고 불평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참담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촛불 행렬이 나뉘고 세상이 완전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지고 말았지요. 우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잘살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잘못만을 꼬집고 서로 헐뜯는 살벌한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천문'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행복한지 의문부호를 던져주고 있지요.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리더는 달라야 합니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지요, 리더는 갖춰야 할 덕목과 하늘의 뜻이 무엇인지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 국민이 불행해집니다.

/홍승표 시인·전 경기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