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특정 결론 강요해선 안돼
자신만의 정치적 견해 갖도록
선거행위 실현 방법 가르쳐야
'한국식 보이텔스바흐 합의' 실천
진정한 민주시민 교육 필요


장대석 경기도의원(제1교육위원회·시흥2)
장대석 경기도의원(제1교육위원회·시흥2)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선거는 민주국가에서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표출하는 주된 통로이다. 그런 점에서 인류 역사의 민주화는 참정권의 확대와 그 맥을 같이 한다. 계층과 성별에 따른 투표권의 차별을 이제 선거연령 확대로 보다 민주화의 외연을 확대하였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27일 공직선거법이 개정되어 4월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고 3학생인 만 18세 청년들에게도 선거권이 부여되었다. 전국적으로 학생유권자는 약 14만 명으로 예상되고, 경기도는 약 3만5천 명의 학생들이 새로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도 선거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고, OECD 가입국 36곳 중 33개국의 선거권 연령 기준이 만 18세 이상이다. 나머지 세 나라 중 오스트리아와 그리스는 각각 16세 이상, 17세 이상으로 한국만 만 19세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은 때늦은 감이 있다.

선거권 연령 하향 및 정치참여 확대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에서는 교육과정을 연계한 참정권교육 자료, 창의적 체험활동, 토론중심 참정권 교육, 선거 및 정치교육 프로그램 등을 활용하여 학생 참정권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참정권 교육 강화뿐만 아니라 공교육 현장에서 정치 편향 없는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선거를 통한 시민의 권리 행사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고등학생의 정치 참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헌법에 제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준거로 고교생의 선거참여가 내포한 법리적, 철학적, 현실적 문제에 대한 다각적 대응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청소년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토론을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익숙한 세대이나 한편으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짜뉴스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미디어로 전달되는 내용에 대한 이해 및 비판적 분석,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자율적인 시민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1976년 독일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서 보수와 진보 등 정치적인 입장을 달리하는 서독의 교육학자들이 모여 만든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정치 교육이 이루어지는 교실에서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을 담고 있다. 첫째, 교사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학생들의 독립적인 판단이 가능하도록 교사가 학생들에게 특정한 결론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둘째, 학생들도 미디어를 접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어떤 논쟁이 벌어지는지 알고 있으므로 정보를 가능한 모으고 분석하여 자신만의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셋째, 학생들도 사회구성원임을 자각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행위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를 가르친다.

우리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학교에서 정치적 사안을 논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선거권 연령 하향에 따라 고3 학생도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도록 이끌고,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여 자연스럽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치 관련 내용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포함하는 '경기도교육청 학교민주시민교육 진흥 조례'를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

고3 학생들의 선거참여를 계기로 교실에서 '한국식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실천함으로써 학생의 주권을 지키고, 민주적 시민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진짜 민주시민교육에 경기교육이 발 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

/장대석 경기도의원(제1교육위원회·시흥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