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게 접근 가능 '취지무색'
일부는 민간서 자물쇠 걸고 관리

보도 이후 인적 뜸해 상인 '타격'
지자체 방역활동 강화 목소리도


경기도가 신천지교회 관련 시설을 전면 폐쇄하고, 폐쇄 장소마다 공무원을 상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첫날인 25일, 수원·용인·성남·안양·안산의 신천지 폐쇄시설 16곳을 찾아가봤다. → 표 참조 

 

이날 찾은 안산시 고잔동의 한 건물 3층. '증거장막성전'이란 문패 아래 오는 3월 8일까지 시설을 폐쇄한다는 노란 딱지가 붙어있었다.

문고리를 돌려보니 '스르르' 문이 열렸다. 감염을 우려해 진입하지 않았지만, 방안 곳곳에 신천지 교리가 적혀 있어 쉽게 신천지 공간이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인접한 신천지 시설도 상황은 같았다. 건물 5~6층을 사용하는 신천지예수교 안산시온교회의 5층은 폐쇄돼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다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도착하니 바로 신천지 신도들의 활동공간이 노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간에서 직접 폐쇄시설을 관리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인근 신천지 폐쇄건물의 관리인은 신도들이 몰래 찾아올 것을 우려해 자물쇠로 시설을 잠가둬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해당 건물 관리인은 "지난주 금요일(21일) 방역활동이 있었고 그 뒤론 방역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천지 관련 도 공식 자료에는 해당 장소는 '1일 1회' 방역하는 곳으로 표기돼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사례는 쉽게 확인됐다. 용인시 구갈동의 신천지교회에서도 '폐쇄' 딱지를 비웃듯 문이 개방돼 있었다. 용인의 한 주차장 6층은 신천지 신도가 이용해 폐쇄됐으나, 민간·신천지가 겸용해 사용하는 5층 주차장은 폐쇄되지 않는 빈틈을 보였다.

수원·성남시에서 확인한 5곳의 신천지 시설은 대체로 문이 잘 잠겨 있었고,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가 눈에 띄는 곳에 부착돼 있었다. 현장을 확인하면서 한 번도 '상주' 공무원과 마주치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상주라는 표현을 썼지만, 폐쇄시설 앞을 24시간 지키지는 못한다. 신천지 사람들이 모이는지 여부를 돌아가며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천지 사태는 영업활동을 하는 소상공인에게 큰 짐으로 다가왔다. 용인시 구갈동에서 만화가게를 하는 오창현(56)씨는 "옆 사무실인 601호가 신천지 사무실인데 폐쇄됐다. 평소 하루 20~30명이 왔는데, 확진자 중 신천지 신도가 있다는 말이 나온 뒤부터 3~4명만 방문한다"면서 "아르바이트생이 1명 있었는데 신천지 보도가 나온 이후에 그만 나오라고 했다. 혼자 일하고 있다. 갑갑한데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안양시 소재 신천지 시설을 방문하니 방역 규모를 확대하고, 철저히 방역활동을 해달라는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안양시 관양동의 한 건물 관리인은 "지난 21일에 방역을 했는데 공무원들이 방호복이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와서는 마스크만 쓰고 소독을 하고 갔다"면서 "계단까지 소독해달라고 했지만, 규정상 그럴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 놓고 5층에 대기업 화장품 대리점은 소독을 해달라고 요구하니 딱 5층만 소독하고 돌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