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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형 인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요즈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인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학교 현장의 혼란은 더할 수 밖에 없다. 비상사태일수록 건전한 리더십은 구성원들을 안정시키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금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일선 학교에 전달되는 공문을 보면 어디에도 전략적인 대안이나 계획은 찾아볼 수 없고 눈앞의 일만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근시안적 대처를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따라서 교육청에서는 개학을 준비하면서 각급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집단 감염 예방과 차질 없는 교육과정 수행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코로나19 발생 초기 교육청은 각급학교에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손세정 및 마스크 등 방역물품 준비'라는 적극적인 대응을 일선 학교에 요구하였고 학교는 개학을 위한 준비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나 이런 현장의 우려와 준비는 무시한 채 지난 2월29일 수도권 지역 학교의 마스크 수거를 통해 부족한 마스크를 일단 확보하고 추후에 마련하여 주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발표되었다. 이에 대해 학교현장에서는 마스크를 내놓았다. 교육청은 개학 전에 마스크 준비는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는지 묻고자 한다. 물론 국가의 비상상태에 대해 우리 교육당국에서도 당장 필요치 않은 마스크를 내놓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개학 전에는 반드시 가져간 마스크의 공급에 대한 대책을 세워서 우리 학생들이나 교육가족들의 혼란을 초래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째, 우리 학교현장이 개학되면 많은 학생들이 일시에 등교를 할텐데, 등교 시 학생이나 교직원들이 원활하게 체온을 잴 수 있는 열화상체온기가 넉넉하게 마련되어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업에 열중 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와 주변의 방역을 위한 초미립자 전기분무기와 같은 방역기구의 공급 또는 유관기관과 연계한 방역준비가 완벽하게 마련되어 있는가에 대해 묻고 싶다. 이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준비를 촉구한다.

셋째, 교육부와 교육청은 개학이 늦어짐에 따라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경감대책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수도권 지역에 몰려오는 코로나19의 집단 양성 확진자 발생에 대해 교육현장은 심한 초조와 불안에 휩싸여 있다. 거론하기조차 싫지만 개학이 더 연장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가지고 있는지 묻고자 한다. 단순히 방학기간을 조정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교육당국의 무능의 극치를 다시 한 번 보이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책이 교육과정 전문가를 중심으로 매우 치밀하고 꼼꼼하게 마련되어야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개학 전에 교육당국은 하루 빨리 이에 대한 내용을 학교현장에 전달하여 새 학기 교육과정 구성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기를 촉구한다.

이번 코로나19사태를 맞으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육부와 교육청의 근시안적 정책결정과정은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매우 실망스럽다. 일례로 긴급 돌봄 교실의 오후 7시 연장 발표에서도 나타나듯이 교육부는 이러한 중대한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 교육감 및 학교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였는지 묻고 싶다. 학교는 교육을 위한 기관이지 보육을 위한 기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안전망을 운영하는 것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아닌 일선 학교현장이다. 긴급 돌봄교실의 운영을 위한 제 문제들 즉, 돌봄 전담사의 초과근무 여력, 학교 구성원간의 협조 체계, 또한 이들 전담사들의 식사 문제 등, 면밀히 점검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하여야 할 문제들을 일방적인 명령으로 강제하려는 교육부의 전근대적인 행태와 이를 아무 저항도 없이 받아들이는 교육감들의 무능으로 인해 일선 학교현장은 또다시 혼란과 구성원간의 반목을 경험하게 되었다.

지금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3주간의 공백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교육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준비이지 누가 오후 7시까지 학생들을 돌보아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아님을 교육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돌봄 시간은 학교구성원과 해당 학부모 사이에 소통을 통하여 서로를 배려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지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일선 학교에서는 학부모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는 돌봄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색내기식의 정책을 발표하는 교육부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교육감들의 정치적인 행태를 보면서 위기 중에 교육현장에는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는 자괴감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역사적으로 위기에는 빛나는 리더십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3주간 교육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교육가족들은 지금 생소한 경험에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그 두려움은 더 클 것이다. 이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현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리더라고 생각한다. 평소 집단지성의 위대함을 부르짖던 교육청이 왜 지금은 독단적인 정책으로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소통을 통해 인천의 현실에 맞는 교육적 대안을 수립하고 결정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때이다. 인천교육 가족은 그런 멋있는 리더십의 교육감과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대형 인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