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 안전·생업 위협
중국에 대한 국내 수출비중 높아
기피·혐오 발언은 자제해야
싫든 좋든 경제관계 뗄수 없어
'감탄고토'식 대응 신뢰상실 지름길


추원철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수출지원센터 팀장
추원철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수출지원센터 팀장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업이 위협을 받고 있다. 마스크와 세정제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익을 노린 매점매석을 단속하고 나섰다.

한편 300만장의 마스크를 중국에 보내는 문제를 놓고 국내 수요도 충당하지 못하는 판에 중국에 보내느냐는 비판이 나오자 보내는 주체가 민간이냐 정부냐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과 사회지도층은 중국인 입국금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전염 방지 및 치료에 철저를 기해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에 가까운 중국 기피나 거친 언어로 비판에 몰두하면 자신의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지난 5일 오후 수출기업협의회 회원사들과 간담회에서 참석한 기업들도 "교류차단 주장이 현실화되면 당장 중국에서 자재와 원료를 수입하는 모든 기업은 올 스톱이다. 당장은 중국 춘절에 대비해 확보한 재고 등으로 버티더라도 한 달 이상 장기화하면 대책이 없다"는 의견이었다.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비중이 25%라고 하지만 간담회 과정에서 체감으로 느끼는 비중은 훨씬 높았다. 시장 다변화 노력은 필요하지만 중국을 대체할만한 대안 마련은 쉽지 않다. 수출입 관련 제조, 유통분야 기업뿐 아니라 중국 관광객 감소로 면세점, 화장품 및 숙박업과 음식점 등 소상공인 대부분도 직격탄을 맞는다. 어느 기업인은 "우리나라 식당 다수도 중국에서 김치 공급이 중단되면 큰일"이라고 했다.

중국에 종업원 50명 규모의 포장기 제조 공장을 갖고 있는 업체 대표는 중국에서 생산·반입이 불가능해지면서 국내에서 적자를 감수하면서 부품을 조달하고 있는데, 그나마 금형은 중국 의존이 불가피해 3월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공장을 멈춰야 할 판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5년 전까지 중국 투자기업으로 우호적 조건으로 대접을 받았는데 지금은 아니라고 하면서 중국의 변심 탓에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중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기술력과 혁신성을 못 갖춘 외국기업부터 쫓겨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제조업에서 중국의 추격에 쫓기고 있는 우리 기업과 정부가 깊이 고민해야 할 지점인 것은 분명하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시간이 지나면 이번 코로나19도 물러갈 것이다. 우선은 정부와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최소 피해로 최단시간 내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언론과 지도층 인사들은 지금의 우리의 행위와 발언이 사태 이후에 미칠 파장도 한 번쯤 생각해주기 바란다. 싫든 좋든 우리는 거대 경제국가 중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서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 때는 중국 성장엔진 덕분에 미국이나 유럽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코로나19로 인해 온 나라에 비상이 걸리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전염병의 발원지인 중국에 대해 원망의 시선도 보낼 수 있겠으나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자.

국내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 중국이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지 않았다. 만약 그때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최근 TV뉴스에서 베를린에 체류하는 한국인 여성 연구원이 현지인들이 아시아인에 위해를 가한 뉴스가 나오자 외출을 삼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감탄고토(甘呑苦吐)식 대응은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러나 중국과 관계에서 신뢰 상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추원철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수출지원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