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1850년 대비
지표면 온도 1℃이상 상승
가뭄·폭염에 만년설이 녹는 등
곳곳 비균형생태계 물부족 심화
'메마른 미래' 물관리 전력쏟아야

김종석 기상청장
김종석 기상청장
바닷물은 수평으로 균일하지만, 육지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다소 차이가 벌어진다. 이처럼 물은 자연 순환의 산물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교통 체증과 같이 비정상적인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돈을 지불하고 사 먹는다는 개념조차 없었던 과거와 달리 물 부족 문제는 이제 지구 어디에서 살더라도 위협적인 요소가 됐다.

다큐멘터리 영상에서만 보던 쩍쩍 갈라지는 땅, 바닥을 드러낸 강 등 이러한 장면은 우리의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물 부족 현상과 지구 온난화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의 평균 지표면 온도는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1850년 대비 지구 평균 지표면 온도가 1℃ 이상 상승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지구 온난화 현상은 지구 곳곳에 전에 없던 기후변화를 발생시켰고, 전체 지구의 비 균형성이 커지면서 홍수와 물 부족이 양립해서 나타나고 있다. 제5차 기후변화보고서(IPCC)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평균 지표 온도 상승에 따라 집중호우, 홍수 등 극단적인 강수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며 이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줄어들어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을 언급하고 있다.

지구의 지표 약 71%는 물이 차지하고 있다. 지구상에 모든 물 중 바닷물이 약 97.33%이고 우리가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담수가 약 2.67%이다. 이 중 빙하와 빙산, 만년설이 차지하는 양이 약 2.04%라고 할때 나머지 담수를 세계 총 인구가 나눠서 사용한다면 그 양이 너무도 적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산과 만년설이 녹아 그대로 바다로 흘러간다면 바다에서 증발하는 물의 양은 늘지 않기 때문에 인구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며 이것은 명백한 물 부족 현상을 야기한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물 부족 현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 빈곤지수(Water Poverty Index, WPI)는 세계 20위이고 WRI(세계자원연구소)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위험' 단계로 분류되어 있다. 이는 물 수요관리 경고 단계로 반세기 안에 물 부족에 직면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고 산지가 많아 경사가 급하다. 게다가 강우량이 연중 거의 여름철에만 집중되어 빗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바다로 흘려보내 수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까지 몸소 체험하고 있다. 연일 갱신되는 폭염 일수와 함께 여름철에 집중된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그 빈도와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강수량이 점차 증가하는 데 비해 강수일수는 줄어드는 극한상황까지 발생한다.

이에 세계기상기구에서는 올해 세계기상의 날 주제로 '기후와 물'을 선정했다. 세계기상기구는 발족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기상의 날을 지정하여 매해 새로운 주제를 선정해 메시지를 정하고 있다. 올해는 '기후와 물'이라는 주제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물 문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함께 준비하여 대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세계기상의 날의 주제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메마른 미래, 물 부족으로 말라가는 우리의 일상을 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미래를 막기 위해서 기후변화와 물 부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체계적인 물 관리 방안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돈을 지불하는 생수와 너무나 가격이 비싸진 마스크가 그랬듯 아주 비싼 물값을 보고 놀라거나 깨끗한 물을 만나기 어려워지기 전에 말이다.

/김종석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