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 준비·교육에 만전을
오전10시~오후3시 2~3회가 적당
꽃가루 80%이상 수입 의존 '위험'
자가채취 섞어써야 발아율 높아

배, 복숭아꽃이 피는 기간에는 비도 없고 날씨도 좋아야 벌, 나비 등 꽃가루 매개 곤충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수분과 수정이 잘돼 품질 좋은 과일농사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에 꽃피는 시기의 날씨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꽃피는 시기가 빠른 것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일찍 꽃이 피면 과일을 맺도록 수분을 도와주는 꿀벌 등 방화곤충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하거나 혹시 닥칠 기상이변에 따른 저온 피해와 고온 피해에 노출될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업기술원을 비롯한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근무하는 과수 전문지도사들은 이 시기에 온 신경을 집중해 배나무를 살펴보게 되고, 좋은 배 생산을 위한 인공수분용 꽃가루 준비와 인공수분 교육에 온 힘을 기울인다.
인공수분은 이슬이 걷힌 뒤인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 하루 2~3회 정도 하는 것이 알맞다. 꽃 필 무렵 날씨가 건조하면 암술 수명이 짧아지므로 인공수분 시기는 너무 늦어지지 않도록 한다. 배꽃은 보통 개화 후 3~4일까지 수정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개화기에 고온 건조시는 암술의 수정 능력이 1일 정도 단축되므로 조기에 인공수분을 해야 한다. 개화기의 고온 건조시 주두(암술머리)의 수정능력 여부를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꽃에서 꽃가루가 아직 발아하지 않고 분홍색이 약간 남아 있는 꽃에 인공수분을 해야 인공수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이른 개화에 과수원 방상 팬, 미세살수, 왕겨연소 등도 점검해 저온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인공수분을 하려면 꽃가루를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데 이 꽃가루가 중국산을 수입해서 쓰는 농가가 많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1∼2월 중국에서 수입한 배꽃가루는 1천72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검역 실적에 비해 70% 이상 크게 늘어난 수치다. 사과 역시 31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20㎏보다 40% 정도 늘었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 날씨로 인해 올해 개화기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 데 따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배·사과·복숭아 등에 쓰이는 인공수분용 꽃가루는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배의 경우 대다수 농가가 인공수분을 실시하는데, 꽃가루 수입량은 2017년 1천714㎏, 2018년 1천160㎏, 2019년 1천928㎏ 수준이다. 수입 꽃가루 사용이 이처럼 줄지 않는 것은 국산 꽃가루 공급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수입 꽃가루 가격이 국산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간 농가에서는 자가소비용 인공수분 꽃가루를 채취해왔으나 막대한 인건비와 짧은 채취기간 등으로 어려움이 커 수년 전부터 중국산에 의존해왔다. 문제는 수입 꽃가루의 품질이다. 수입 꽃가루를 사용한 농가가 낮은 수분율 등으로 한해 농사를 접어야 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했었다. 전국 배 재배면적의 87%를 차지하는 신고배는 꽃가루가 없어 자가수정이 불가능 해 설화리배 품종처럼 교배화합성이 높은 꽃가루를 사용해야 하지만 많은 수입 꽃가루가 품종별 혼합률 등에 관한 표시가 없어 자칫 한해 농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성공적인 과수 농사를 위해서는 가능하다면 수입 꽃가루에 전적으로 의지하지 말고 일정량이라도 자가 채취한 꽃가루를 섞어 사용하는 것이 발아율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이유다. 또 수입 꽃가루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사용 전 발아율 검정을 받아야 한다. 구입 전 교배 화합성 등을 꼼꼼히 따져 품종을 선택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평택시, 이천시, 안성시 등 일부 농업기술센터 및 농협 등에서 꽃가루 은행을 운영하면서 꽃가루의 발아율 검정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으니 적극 활용해 올해 배, 복숭아, 사과 농사도 실패 없는 영농으로 경기 명품과일 생산 및 농가소득 증대를 기대해 본다.
/최을수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기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