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대 이수정 교수 인터뷰10
경기대학교 인재개발처장실에서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코로나19 전후 사회 변화와 텔레그램 성착취물 거래·공유 'n번방 사건', 학생 취업 교육 실시간 라이브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 '집콕생활' 신고 원천봉쇄… 프랑스는 약국서 도움 요청
양형 감경사유 '수학공식 대입'… 파괴된 삶 응보적 목적 달성못해
성착취영상 삭제 아낌없는 국가 지원·피해자 신변보호 입법 필요
오랜 대학원 운영 '취업 책임감' 일자리센터장·인재개발처장 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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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시사프로그램에 거의 매주 빠지지 않고 출연해 '그알 교수님'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양학부(범죄심리학) 교수.

진지한 표정으로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짚은 이 교수는 최근 그간의 행보와 관련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경기대 인재개발처장에 부임했다.

이 교수를 석사학위 지도교수로 모신 경기남부권 경찰관들 사이에선 이미 이 교수가 대학일자리센터장으로서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 일을 해 가정과 지역, 사회의 행복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와 대한민국에 충격을 안긴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물 거래·공유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도 가정의 달인 5월이 왔다.

그알 교수님의 그것이 알고 싶다. 이 교수에게 코로나19 전후의 가정폭력범죄, n번방 사건 전후의 디지털 성범죄와 여성들의 삶, 학생 취업 전선에 뛰어든 사연을 들었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 인터뷰23

- 가정의 달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강력·폭력 사건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가정 내에 머무르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가정폭력 신고가 줄었다고 발표하며 좋은 성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가정폭력이 심화되고 있다.

신고를 할 수 있는 경로를 다양하게 열자는 게 전 세계적인 추세다.

외국은 가정폭력이 증가할 것을 대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가정폭력은 반의사불벌죄라서 존속폭행을 당하는 경우에도 부모가 의지가 없으면 사건화가 안 되고 배우자에 의한 폭행도 피해자가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생각이 있으면 사건화가 안 된다.

가정 내에서의 피해자는 보호 받기가 어려운 방식이다.

코로나로 인해 가정폭력은 심화됐는데, 집 바깥에 나가지를 못하니까 신고의 절차가 원천봉쇄된다. 극단적인 결말을 초래하는 사건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정 내 폭력을 묵히지 않고 제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신고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프랑스는 약국에 마스크를 사러 갈 때에 약사를 통해서 가정폭력 신고를 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놓았다. 이처럼 극단적 통로를 마련하지 않는 이상 가정폭력 사건은 발굴되기보다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


- 여성들에게 n번방 사건 전후의 삶이 같을 수 없다.

사회가 피해자들을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조두순 사건 전후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다. 특히 아동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적 관점이 180도 뒤집혔다. 그러나 오프라인 성범죄에 국한됐다.

온라인에서도 아동성범죄는 끊이지 않았지만, 부각되는 분명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다.

포르노그라피의 연장선상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주고 받고, 사고 팔았던 것이다.

n번방 사건이 등장하면서 아동 성착취물이 포르노그라피가 아니라는 인식 변화가 있었고 온라인 아동성착취물에 대해 엄벌해야 하며 신상공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유례 없이 조주빈이라는 사람의 신상이 공개됐다.

이번 사건이 온라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흐름을 현저히 바꾸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양형 기준에 가장 큰 문제는 감경 사유다.

미결수들이 형량 협상을 위한 전략처럼 반성문을 썼다. 초범이라는 점, 피해자와의 합의 등은 수학 공식처럼 감경 사유로 받아들여지는 부수적 문제가 있었다.

피해자가 도저히 삶으로 회귀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는데, 그 피해에 반해 형벌은 응보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영란 양형위원장이 중심이 돼 양형 인자에 대해 새롭게 발굴하는 노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은 유례 없는 사건이다 보니 신속히 이뤄지고 있다.

기존에도 피해자 지원 체제가 있었지만, 충분했는지가 관건이다. 오프라인 성범죄는 사건화가 되면 더 이상 피해가 진행되지 않는데 디지털 성범죄는 계속해서 온라인 상에서 피해가 이어진다.

지속적으로 감시, 감독을 하면서 성착취 영상물을 삭제하는 데 국가가 비용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주민등록번호도 새롭게 발급하기로 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신변 보호를 위한 긴급 지원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와 입법이 필요해 보인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 인터뷰5

- 학생 일자리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지도 학생이었던 경찰관에게 들었다. 대학일자리센터장에 이어 인재개발처장을 맡게 된 계기는.


"자녀도 20~30대를 보냈다. 젊은이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힘들어하는지 너무나 잘 안다.

십수년간 대학원을 운영하다보니 대학원생이 학부를 졸업하고 취업이 되면 대학원까지 굳이 오지 않을텐데 대학원에 와서 또 취업이 되지 않으면 결국 교육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어떻게든 학생들 취업을 시키려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인재개발처장을 맡게 됐다. 취업이 개인의 행복이나 가정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고 있다. 학생들이 졸업해서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물리적으로는 처장을 맡을 입장이 안 된다. 정신이 없다. 학교에서 순전히 취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는 이유 때문에 처장을 맡겼다. 기업체에서 코로나 때문에 채용 공고를 지연하고 공무원 시험 일정도 밀렸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일자리센터 과제를 5년째 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으로 수원캠퍼스에 8명, 서울캠퍼스에 2명의 컨설턴트를 채용해 학과 교육 이외에 비교과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면대면 컨설팅이 어려워 37회 정도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이 교수는 대학일자리센터 한 켠에 마련한 실시간 온라인 취업 교육장에서 직접 시연을 해보이기도 했다. 오는 19일에는 '여대생을 위한 리더십 특강'을 통해 2시간 동안 학생들과 대화 형식으로 개인적인 경험담을 들려주기로 했다.

글/손성배·남국성기자 son@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이수정 교수는?

▲ 1964년 2월19일 생

▲ 연세대 심리학과·동대학원 사회심리학과 박사

▲ 아이오와주립대 대학원 사회심리학과·심리측정 박사과정 수료

▲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

▲ 대검찰청 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

▲ 경기대 양성평등문화원장

▲ 경기대 대학일자리센터장

▲ 경기대 인재개발처장

▲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영국 BBC 선정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100인 리더십 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