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노력에도 개정안 20대 국회 못넘어
정치서 중요한 신뢰 '공약 실현'으로 쌓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본으로 돌아가야

10대 경기도의회는 '사람중심 민생중심 의회다운 의회'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견제와 균형'이란 의회의 기본에 충실했다. 거대 여당(더불어민주당) 구조에서 스스로 야당 역할을 자처했고, 같은 여당인 집행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간과했던 원칙인 본회의 개의 시간도 획기적으로 앞당겼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의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142명 도의원이 선거 때 내놓은 공약 4천194건을 집대성한 후 공통 공약을 묶어서 경기도(집행부)에 정책으로 제안해 예산 편성이 되도록 했다. 도의원의 정책공약은 지역의 현안이 많아서 하나하나 정책과 예산으로 담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첫 시·군 방문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현장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느낌이었다. '한 두 번 시도하다 말겠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다. 시·군을 방문하기에 앞서 현안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시·군에 찾아가서도 반드시 현장에 가보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했다. 안성의 도시가스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댔고, 이천의 공통 공약이었던 주차장 문제도 '경기도 조건부 승인'의 지혜를 짜냈다. 포천 7호선 연장 사업의 예타 면제에도 힘을 보탰다. 지역 균형발전으로 공존의 미래를 그려왔던 경기도의회가 하나씩 숙제를 해결해 나가는 뿌듯함이 컸다.
도민 누구나 어디에 살든 행복할 권리가 있다. 경기도와 풀어야 하는 일, 중앙정부와 풀어야 하는 일을 차근차근 풀어나갔다. 그동안 도의회와 소통이 없던 시·군이 전향적으로 바뀌어 가는 보람도 느꼈다. 도의원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애쓴 시간이다. '경기도의회 정책공약 관리 및 정책제안' 활동은 '2019 지방의회 10대 우수사례'로 선정돼 지난해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정책공약'에 매진했던 진짜 이유가 있다. 지방의회는 국회와 달리 정책지원전문인력도 없고, 의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권도 없다. 공약을 실현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법이 개정돼야 한다. 전국 모든 지방의회가 동병상련하고 있다. 맏형격인 경기도의회가 선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에 출마해 17개 광역의회와 연대하며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에 힘썼다. 안타깝게도 이 법 개정은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폐기 됐다.
우리 지방의회 의원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정책공약이 동사형이듯 지방자치법 개정도 동사형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지방자치 제도는 재난 극복에서도 주효했다. 다양성 자율성 창의성으로 빚어낸 드라이브스루 검사방법, 긴급재난지원금 지역화폐 방식으로 지급, 착한 임대 운동, 마스크 기부 문화 확산 등은 중앙의 방역·공공의료 정책과 더불어 코로나 위기 극복의 좋은 모델이 됐다.
'포스트 코로나'란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지금,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며, 이런 신뢰는 '공약 실현'으로 높아진다. 경기도의회에서 '정책공약'으로 다져진 신뢰는 '자치와 분권'의 든든한 자양분이다. 이런 토대 위에서 더 향기로운 '도민행복'의 꽃이 필 것으로 기대한다.
-전반기 의회 마무리 소회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