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글로벌 경제 위기 극복
의원들은 역사·철학의식 익히고
국민에 문턱 낮춘 대화·소통 필수
입법 활동 '건수 부풀리기' 지양
일하는 모습 보여주기를 당부

김준현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초빙교수
김준현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초빙교수
21대 국회가 박병석 국회의장 선출을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새로 문을 연 국회는 코로나19란 전대미문의 국가위기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산업 경제 등 모든 분야에 걸친 혁명적 변화를 선도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국민들이 21대 국회에게 바라는 바가 예전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국회에게 크게 세 가지를 주문한다. 이를 통해 국난을 극복하고 시민과 함께 미래를 내다보고 제대로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첫째, 공부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의정 활동이 본격화되면 공부할 시간이 없다. 이는 의원이 방향성과 목적을 잃은 채 '기계적 입법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는 우려를 낳는다. 때문에 일부러라도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특히, 철학과 역사를 배워야 한다. 가끔 어떤 의원을 만나면 전문 식견에 놀랄 때가 있다. 각 상임위별로 활동하다 보니 그 전문성이 더욱 빛을 발하기도 한다. 문제는 상임위별 입법 과제와 정부 정책(예산과 사업)의 이념적 구분이 굉장히 어렵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특정 정책이 이념적으로 옳은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전문성과 다른 차원이란 것이다. 이는 정치사상을 익히고 역사의식을 배움으로써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이유를 탐구해야 가능하다. 아쉽게도 자신의 정치철학을 제대로 말할 줄 아는 의원을 만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소명의식이 부족한 의원을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전문성이 차가운 머리라면 철학은 뜨거운 가슴이다. 정치철학이 의원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둘째, 찾아가는 국회가 돼달라. 국회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국민들에게 국회는 여전히 어렵고 두려운, 그래서 가장 믿지 못한 곳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와 대화를 나누는 정치인은 드물다"고 말하는 시민들을 자주 만난다. '소통'이 정치인의 기본이 된 지 오래임에도 이 같은 반응에 의아한 생각이 들어 물으면 정치인들이 임기 시작 당시 의례적인 수준으로 각종 단체 임원진 일부와 한두 차례 만나는 게 전부라는 답이 돌아온다. 또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는 일방적인 홍보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숱한 일정 속에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의원들도 서운할 수 있다. 하지만 민생 속에 뛰어들어 찾아가는 국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한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정당별로 상임위별로 혹은 지역 권역별로 국민과 만나는 장을 자주 열어야 한다.

셋째, 제대로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국회의 주된 업무는 입법활동이다. 지난 20대 국회는 입법발의가 2만1천597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의원 한 명당 72건으로 매년 평균 18건을 발의한 셈이다. 건수만 보면 일을 제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란 오점을 남겼다.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심도 있는 숙의형 국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건수 부풀리기식 입법'이 대표적이다. 유사 입법과 졸속입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원발의 입법은 정부발의와 달리 10일간의 입법예고와 상임위원회의 검토 외에는 별다른 검증과 평가제도가 없다. 더구나, 동료의식(?)을 발휘해 쉽게 처리해주는 게 일상화돼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의원발의 법안에도 사전에 '입법영향분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은 '사람'이 중요한 시대를 의미한다. 인문학적 지식이 풍부한 르네상스형 인간이 시대를 주도할 것이다. '사람'을 제대로 키우고 대접하고 사회적 신뢰에 기반한 사회가 경쟁력 있는 사회다. 법은 촉진 장치가 돼야 한다. 국회가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야 할 이유다. 최근 트럼프는 G11을 제안하며 신국제질서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의 제안이 '대중국 포위 경제블록'이란 점에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실보다 득이 많다는 판단 아래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제대로 '일하는 국회'가 돼줄 것을 당부한다.

/김준현 한신대 평화교양대학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