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멈춘 일상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형
시민들 역경에도 생존본능 결속
자발적 '착한 임대인' 운동 확산
김포시 '인하액 공제' 동참 시너지


오미선 김포시 세정과장
오미선 김포시 세정과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은 멈췄다. 갈 곳 잃은 사람들은 코로나19가 만든 감옥에 갇히고 코로나 블루는 우리 삶 속 깊숙이 자리 잡았다.

전 세계는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두려움에 떨고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세계 대유행)을 선언했다. 우리나라 역시 첫 번째 감염 확진환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시기가 이렇게 늦춰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또 누구도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이다. 경제 침체를 나타내는 통계가 연일 보도되고 있고 불확실성은 어두운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멈춰버린 시간 앞에서도 강한 결속력으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역경을 이겨온 우리 시민들의 생존본능은 이번에도 서로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며 생존의 기로에 처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점포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인'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첫 출발은 개인의 선행이었지만 이내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확산하고, 다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로, 또다시 개별 기업으로 계속 번졌다. 특히 김포시는 더 많은 임대인의 동참을 돕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재산세 감면 방안을 추진했다. 2020년 1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임대료를 인하하거나, 인하하기로 약정한 임대인들에게 임대료 인하액의 100%를 재산세액에서 공제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런 감면 기준안을 마련해 지난 3월31일 김포시의회의 승인을 받기까지 모든 직원이 숨 가쁜 시간을 보냈다. 또 실질적인 기준안과 현실적인 실행 프로세스가 준비되자 최대한 많은 곳에 알려져야 하는 홍보가 관건이었다.

직원들은 소상공인 경영 안정지원금 접수처와 소상공인 연합회, 세무사 사무실은 물론 다양한 매체에 홍보를 의뢰하고 협조를 요청하며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임차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마침 재산세 과세자료 정비에 막바지 힘을 써야 하는 4월과 5월이었기에 일이 겹친 담당자들은 그야말로 '밥 먹듯이' 야근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 이런 직원들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지 않았다. 과세기준일인 6월1일까지 접수된 재산세 감면 신청이 총 1천159건에 달했기 때문이다. 임대료 인하액은 무려 16억5천만원으로, 그만큼 임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과 임대인의 마음 부담까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몹쓸 바이러스는 사람이 사람을 가까이할 수는 없는 차디찬 세상을 만들었지만 임대인들의 '선한 영향력'과 김포시의 '발 빠른 감면시책'은 시민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며 연대감을 선사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서로 나누면 참을만하다. 기꺼이 임차인들과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의 길을 보여준 착한 임대인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 공동체의 따뜻하고 이상적인 방향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이어서 두렵다. 하지만 우리는 감염병의 고통과 공포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준비해야만 한다.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말이다.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 걸."

/오미선 김포시 세정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