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상상이 이윽고 실현
군민 소망 '도시 기능·자연 보존'
계획도로등 정책 통해 구체화
현안 중요해도 개발은 '미래' 향해
규제 변명 그만…새 비전 개척해야


조규수 양평군 도시건설국장
조규수 양평군 도시건설국장
어린 시절, 소년월간지가 널리 읽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그러니까 70년대 초반 '새소년'이란 월간지에 '2000년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하는 예상을 담은 만화가 실린 적이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1인 1TV였다. 시청과 채널 선택권은 늘 어른한테 있어, 만화영화 한편 마음대로 볼 수 없었던 필자는 정말 나 혼자만의 텔레비전을 갖게 된다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누구나 휴대폰으로 자신만의 TV를 소유하는 지금도 생생한 추억이다.

50여년 전, 1인 1TV의 소망은 필자만의 것은 아니었을 듯하다. 그 시대 많은 이의 소망이었을 터, 많은 이의 소망은 공동의 상상으로 발전하고 공동의 상상은 공동의 계획으로 발전하고 이윽고 실현이 된다. 더 살기 좋은 양평, 양평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다. 저마다 양평이 이렇게 혹은 저렇게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기 마련이다. 지역발전에 대한 상상차원의 생각들을 취합하면, 도시의 기능은 원활하되 자연도 잘 보전된, 즉 전원도시 건설로 구체화된다.

세상만사는 바탕이 가장 중요하다. 양평의 도시개발 역시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보다는 앞으로 더 키워나갈 수 있는 지역발전의 바탕을 튼튼하게 다지는 데 목적이 있다. 국수역 주변 토지 46만㎡에 민간자본 중심의 예산 1천300억원을 투입, 역세권 개발의 터전을 만드는 일을 필두로 6천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 조성, 총 52개소의 도시계획도로 신설, 방재시설 및 안전센터 보강, 배수펌프장 및 지방하천 개선사업 등이 바로 그러한 목적을 구체화하는 정책이다.

물론 이러한 정책은 특정한 누구 한 사람 단독의 구상이 아니다. 양평군민의 중지가 모여 양평군 행정에 반영되고, 관련 기관과 학계 그리고 전문가그룹과의 논의와 협상을 거친 결과물이다. 시작과 진행이 그렇듯 이러한 정책사업들이 소기의 목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과 민간기업과의 협업도 중요하지만 군민의 참여와 응원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군민의 뜻을 벗어난다면 추진과정에서 숱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양평군이 군민과의 소통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개발 관련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과거 정책에 대한 평가가 저절로 내려진다. 참 좋은 정책이라 고마움이 생기는 정책도 많은 반면, 그 당시 좀 이렇게 구상했더라면 지금 참 유용했을 텐데 하는 아쉬운 정책도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하수용량을 통 크게 잡아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가장 크다. 30여 년 전, 당시의 형편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미래 양평에 대한 구상이 미흡하지 않았나 싶어서다. 당장의 현안을 해결하는 게 물론 가장 중요한 지자체의 의무다. 그러나 도시개발의 시각은 미래를 향해 있어야만 한다. 10년 후, 30년 후, 100년 후를 깊이 고민하며 바라봐야 한다. 적어도 미래의 양평인들이 그때 좀 이렇게 해두지 하는 아쉬움보다는 그때 참 잘 해뒀구나 하는 감사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건설, 국도 및 국지도 건설확충에 전력을 기울이는 까닭도 미래 양평인들의 수고를 덜기 위함이다.

양평은 더 이상 시골이 아니다. 옳든 그르든 대한민국 전인구의 반이 서울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양평과 별반 다를 게 없었던 지역들이 지금은 엄청나게, 그러나 지역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형태로 발전해 있다. 앞서 도시화된 지역들의 장점과 단점을 잘 살펴 양평은 대한민국 전원도시의 새로운 비전을 개척해내야 한다. 규제 탓만 하며, 발전 못한 변명은 이제 그만 두고 규제를 극복하는 미래정책, 대한민국 대표 전원도시 양평을 건설해내야만 한다.

/조규수 양평군 도시건설국장